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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엠 Apr 26. 2020

(17) 클래식 음악의 화려함?

관현악의 역사, 그리고 말러

글의 화려함은 부사, 형용사의 사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림의 화려함은 다양한 색채와 구도, 정교한 배경, 하다못해 액자의 화려함까지 화려함을 결정하는 요소가 됩니다. 그렇다면 음악이 화려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우선 화려함과는 가장 반대에 있는 음악이 무엇인지 생각해봅시다. 글쎄요, 저는 존 케이지의 4분33초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심플하다 못해 아무것도 없죠. 조금 더 많이 과거로 가면 그레고리안 성가 같은 단성음악도 심플한 음악의 예시가 될 수 있겠네요. 한 목소리로 조용하고 단조로운 음으로 읊조리는 찬송가는 꾸밈 없이 그 자체로 이미 완벽하게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 아니 여기서는 같은 ‘생각'을 반복한다라는 게 더 맞겠네요. 조금 더 아름답게, 조금 더 듣기 좋게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점차 발전되어나가자 어느새 단성음악은 다성음악으로 바뀌어있고, 여러 음을 한꺼번에 연주하여 풍성한 소리를 내는 기법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이 음의 집합을 쌓아올리는 법칙이 생기고, 이를 바탕으로 음악가들은 다시금 한계에 도전하고는 했습니다.





한 예로 클래식, 그 중에서도 관현악의 흐름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관현악은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악기들이 무대를 가득 채우는 음악이죠. 그러나 바흐, 헨델, 비발디와 같은 음악가들이 활동하였던 바로크시대의 관현악은 실내악에 가까울 정도로 적은 악기가 동원됩니다. 악기 편성엔 현악기가 주로 많이 쓰이고, 쳄발로나 하프시코드같은 건반악기도 동원됩니다. 그러나 대체로 20명을 넘기지 않는 아주 적은 인원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바흐의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콘체르토를 들어보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LKJcsET-NM


한 눈에 보일 정도로 사람의 수와 악기 수가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곡에는 ‘협주곡'이란 이름이 붙습니다. 유명한 브란덴브루크 협주곡도 알고보면 그렇게 많은 악기가 동원되지는 않습니다. 바로크 음악은 관현악 치고는 다소 심플한 편에 속한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교향곡(Symphony)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고전주의 시대는 어떨까요? 설명에 앞서 이번엔 예시를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Btlp3T7IIk


우리에게 익숙한 멜로디로 잘 알려진 모차르트의 교향곡 25번입니다. 이제는 ‘관'현악이라 불러 마땅한 악기 편성이 눈에 띕니다. 현악기 뿐만 아니라 전방에 배치된 관악기들도 잘 보이네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연주자의 수는 그렇게 많아보이지 않습니다. 고전주의 시대의 관현악은 대체로 많아봤자 30명 정도의 연주자가 동원됩니다.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의 교향곡들도 마찬가지죠. 오히려 심플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필요할 만큼의 악기만이 무대에 올라갑니다. 곤도 마리에가 이 음악들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관현악의 규모는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을 시작으로 날이 갈수록 거대해졌습니다. 낭만주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이제는 관현악을 연주하기 위해서 타악기는 기본에 관악기도 한 종류의 악기가 고전주의 시대 편성의 두세배는 동원됩니다. 리사이틀 홀에 올라가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적은 연주자들의 시절은 이제 옛말이 되었습니다. 소리로는 다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악기들이 넓은 무대를 가득 채웁니다. 이쯤 되면 왜 지휘자가 필요한지 알겠습니다. 연주를 보고 있으면 지시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합을 맞추기 힘들겠다 싶습니다.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한 슈만의 교향곡 4번처럼요.


https://www.youtube.com/watch?v=yunhjIVTG_U





관현악이 이보다 더 거대해질 수 있을까요? 그 어려운 걸 말러가 해냈습니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는 후기 낭만주의와 쇤베르크 현대음악의 경계에서 이보다 더 클 수 없는 극강, 극악의 클래식을 만들어낸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입니다. 말러는 무엇보다도 대규모의 합창단이 동원된 크고 매우 긴 교향곡으로 잘 알려져있습니다. 고전주의 시대의 교향곡이 길어봤자 30분 내외로 끝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말러의 교향곡은 한 악장이 기본 20~25분, 모든 악장을 다 합치면 한시간이 넘습니다. 각잡고 듣기 위해선 꽤나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죠. 그의 음악 스타일은 베토벤의 9번 교향곡으로 회귀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동원되는 연주가와 합창단의 수가 베토벤의 배는 되지만요. 그 중에서도 교향곡 8번은 일명 ‘천인'교향곡으로 잘 알려져있습니다. 왜 천인이냐하면 진짜로 합창단까지 합하면 천명이거든요. 


https://www.youtube.com/watch?v=j2Hk2SZGrRY


인원이 너무 많은 나머지 사이먼 래틀 경이 거의 270도 가량을 커버하면서 지휘를 합니다. 이쯤 되면 지휘자도 쉬운 직업만은 아니네요. 정말 말러의 천인의 교향곡은 화려하다 못해 사치스러워 보이기까지합니다. 이정도는 되어야 화려하다고 말할 수 있죠. 말러는 교향곡 안에 세상의 모든 것, 삼라만상의 진리를 담고자 하였고 그러한 그의 음악적 방향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화려한 관현악을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말러의 직계 제자가 쇤베르크라는 점입니다. 쇤베르크의 음악은 거대함과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죠. 오히려 심플함으로의 회귀라고 할까요. 기존의 조성음악의 규칙에 벗어나는 새로운 음악체계를 만들었던 만큼 쇤베르크는 스승인 말러와 같은 대규모의 관현악곡보다는 자신의 음악이론과 체계를 살릴 수 있는 규모의 음악을 주로 작곡했습니다. 실제로 쇤베르크는 빈 음악원에서 말러의 밑에서 음악을 배우는 동안 말러의 음악적 세계가 자신과 맞지 않아 고생했었다고 하네요. 





드레스덴 Semperoper의 내부



관현악은 화려합니다. 그러나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 편으론 화려하지 않음에도 화려할 수 있죠.  누구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고 하고, 누구는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고 하지만, 양 쪽 모두 인류의 역사에 남을 훌륭한 음악을 남겼습니다. 다만, 음을 많이 쓰지 말라고 했을 때 이 규칙을 어기지 않고, 음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쌓으라고 했을때 이 규칙을 그대로 따랐다면 과연 바흐가, 베토벤이, 말러가, 쇤베르크라는 음악가가 존재했을까요?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되, 자신을 속박하는 규칙을 어기는 반골정신을 가져라. 그것이 곧 다음 세대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반항하기 지칠 땐, 말러 밑에서 음악을 공부한 쇤베르크를 떠올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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