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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별하 Aug 07. 2021

[그날 죽을걸 그랬나?] #1.화상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릴 때의 기억은 4살 때이다. 나는 4살 때 화상을 입은 적이 있다. 당시 나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았었는데, 겨울에 날씨가 추워서 엄마가 빨래하려고 끓여 놓은 물이 마당에 놓여 있었고 나는 오빠랑 함께 마당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그만 엎어지면서 그 물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기절했고 병원에 실려 가 몇 주 동안 입원해 있었다. 당시 눈만 빼고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지금은 흉터가 왼쪽 종아리와 사타구니, 옆 허벅지에만 남아있어서 처음 본 사람들이 내가 화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알지는 못한다. 나는 이때의 기억은 너무 어릴 때라 그런지 사고라서 기억을 못 하는 건지 내가 딱 물에 빠진 그 순간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 나머지 병원이라든가 구급차 같은 것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조금 크고 난 후에 엄마에게 당시 상황을 전해 들었다.




청소년기에는 흉터 자국 수술을 하려고 해도 계속 피부가 자라는 중이었기 때문에 수술하지 못했고, 막상 다 크고 나서는 자라면서 흉터가 점점 옅어져서 종아리에 있는 흉터는 크긴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수준이 되었고, 나머지 흉터들은 옷을 입고 있으면 거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서 앞으로도 수술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엄마한테는 아직도 이 일이 트라우마로 남아계신 것 같다. 내 흉터를 보면 문득문득 미안해하셔서 옆에서 아빠가 엄마 잘못 아니라고 그때마다 말해주는 중이다. 나도 원망한다거나 그런 마음은 전혀 없다. 단지 사고였을 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안 그래도 간도 작은 우리 엄마가 더 놀랐을 텐데, 이게 엄마한테 너무 그렇게 마음 아픈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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