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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별하 Aug 10. 2021

[그날 죽을걸 그랬나?] #4.[가난] 상처



또 하루는 엄마를 따라 시장을 다녀오는 길에 빵집에서 파는 밀크셰이크가 너무 먹고 싶었다. 사달라고 엄마를 졸랐지만 당장 그날 먹을 반찬거리 살 돈밖에 없었던 엄마는 결국 나한테 화를 냈다.




가난이 싫은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마음의 여유가 적어지고 그로 인해 소중한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게 된다는 것이 내가 가난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육체적인 고통(버스비가 없어서 걸어간다든가)이나 굶주림은 견딜 수 있지만,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준 기억은 잘 없어지지가 않는다.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에서 내뱉어버린 말은 두고두고 후회로 남는다.




분명히 그 당시에 나보다는 인격적으로 성숙했을 엄마조차도 반복되는 지긋지긋한 가난 앞에 나에게 "다음 생에는 나 같은 엄마 말고 돈 많은 엄마 만나서 너 먹고 싶어 하는 고기나 실컷 사 먹어라"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울면서 안쓰럽게 얘기한 게 아니라 고기가 먹고 싶다고 징징거리는 나한테 홧김에 소리치며 화내시면서 한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직후에는 다른 엄마 찾으라는 말에 큰 상처를 받고 나도 같이 엉엉 울어버렸지만, 시간이 지나고 내가 자라면서 그때 그 사건을 곱씹어 볼수록 오히려 그 말을 하면서 나보다 더 다쳤을 엄마의 마음이 안쓰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자식한테 본인 말고 다른 부모 만나라는 말을 소리치며 하는 그 심정을 감히 내가 헤아려볼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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