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본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 중에 가장 흔하다고 생각되는 고깃집 알바부터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먼저 고깃집 알바가 제일 흔하다고 말한 이유부터 살펴보자면, 주위를 둘러보면 고깃집이 참 많다. 그리고 비교적 간단하고 쉬운 일로 인해서 경력이 없거나 갓 20살, 간혹 고등학생까지도 알바를 받아주는 곳이 바로 고깃집이다. 그래서 만약에 본인이 알바 경험은 없는데, 알바를 하고 싶다면 비교적 문턱이 낮은 고깃집을 추천한다.
하지만 고깃집은 구하기 쉽다고 해서 일하기까지 쉬운 곳은 아니다. 보통의 고깃집 알바가 하는 일은 처음에 손님이 들어오면 상 세팅, 고기 나르기, 경우에 따라 불 나르기, 추가 주문 나르기, 추가 반찬 나르기, 추가 음료 나르기, 가고 나면 테이블 치우기 등이다.
상 세팅이야 그 가게에서 정해진 대로 사람 수에 맞게 커다란 쟁반에 세팅을 해서 들고나가면 되는데, 가게에 따라 카트를 쓰기도 하고 그냥 힘으로 들고 가야 하는 곳도 있다. 지금이야 상당수의 고깃집이 추가 반찬은 셀프로 되어 있지만, 만약에 셀프가 아닌 고깃집을 간다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테이블이 10개밖에 안된다고 가정해도 테이블 1에서 상추를 추가로 달라, 테이블 2는 고기 3인분 추가 주문, 테이블 3은 소주 2, 맥주 1 주문, 테이블 4는 된장찌개 주문 등 반찬이 셀프가 되는 순간 알바가 손님 테이블에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빈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반찬이 셀프인 곳에 비하면 2-3배 가까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들 알겠지만 고깃집에 가면 기본적으로 쌈장, 양파절임, 파절임, 상추, 고추, 마늘, 경우에 따라 깻잎, 다른 양념장 등 기본 반찬 세팅만 해도 꽤나 종류가 많다. 근데 이 모든 게 셀프가 아니라면? 손님들이 달라 하는 거 테이블별로 외우기도 어렵고 들고 갈 손도 모자란다. 게다가 보통 반찬의 경우 적게 주면 이거 밖에 안주냐고 손님한테 욕먹고, 반대로 많이 주면 어차피 남길 건데 왜 이렇게 많이 주냐고 사장한테 욕먹는다. 그래서 그냥 추천하건대 같은 돈 받고 일하는 거면 반찬이 셀프가 아닌 곳은 거르도록 하자...^^ 반찬 셀프라도 된장찌개며 추가 고기, 냉면 등등 나를 거 천지다. 굳이 반찬이 셀프가 아닌 곳으로 가서 본인 스스로 노동의 구렁텅이로 들어가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고기를 구워줘야 하는 고깃집도 있을 수 있는데 구워주는 고깃집은 해보지는 않았지만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유는 셀프 바와 같다. 고기를 굽는 것 자체가 상당히 귀찮은 일일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취향에 맞지 않게 구웠다가는 기껏 구운 고기를 바꿔달라는 진상 손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
복장은 보통 그냥 입고 가는 차림 그대로에 가서 앞치마만 입는 경우가 많고, 아니면 위에 티셔츠 정도는 알바복을 주실 수도 있다. 나는 2번의 고깃집 모두 따로 유니폼은 없는 곳이라 사복을 입고 일했었는데 한 곳은 긴 바지만 입어야 했고, 다른 곳은 짧은 바지도 상관없는 곳이었다.
흔히 고깃집에 가면 진상이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이것은 착각이다. 물론 다른 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없을 수는 있지만 어딜 가나 진상은 있다. 내가 겪은 진상을 나열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고기 3인분을 다 굽고 나서 한두 개 먹어보더니 취향이 아니라며 다른 고기로 교환 요구. 사장님 소환.
2. 자기는 70평생을 술이라고는 막걸리만 마셨다며 우리 가게는 소주, 맥주만 파는데 꿋꿋이 막걸리 요구. 결국 사장님이 슈퍼 가서 4병을 사 왔는데 4병 다 먹고 나서는 그때부터는 소주 마심
3. 각종 맛에 대한 컴플레인-찌개가 짭다, 찌개가 맵다, 찌개가 싱겁다, 고기가 질기다, 고기가 맛이 없다, 상추가 싱싱하지 않다, 상추 크기가 작다
4. 내가 일했던 고깃집 중에 하나는 불판 가장자리에 계란물과 치즈를 부어주는 곳이었는데, 내가 계란물 따르는 주전자로 정량만큼 따랐는데 더 먹겠다고 일부러 내 손을 쳐서 계란물을 쏟게 만듦 + 치즈도 마찬가지로 국자로 퍼서 주고 있는데 내 손을 툭툭 쳐서 흘리게 만듦.
5. 짧은 바지 입고 일할 당시에, 술 취한 아저씨들이 술 따라보라고 함. 사장님이 제제해 줬지만 기분은 매우 더러웠음
고깃집 알바 자체는 굳이 따지자면 정신보다는 몸이 힘든 알바다. 보통 하루 종일 서있기 때문에 발이 아프기도 하고 이것저것 나르려면 부지런히 쫓아다녀야 한다. 된장찌개나 술 같은 건 무겁기도 하고 특히 반찬 그릇도 무거운 걸 쓰는 데는 처음에 상 나갈 때 매우 무겁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옷이며 머리카락이며 고기 냄새는 무조건 베인다고 보면 된다.
사장님을 잘 만나면 고기를 싸주시기도 하고 퇴근하고 고기로 회식을 하기도 한다. 밥시간 되면 된장찌개로 밥을 챙겨주시기도 한다. 이건 가게마다 다르다. 나는 사장님이랑 사이도 좋았고 일도 잘해서 내가 그만둘 때 사장님이 고기 두근 정도랑 각종 야채를 싸주시면서 집가서 부모님이랑 같이 먹으라고 주시기도 하셨다.
그래도 고깃집은 내가 해본 여러 아르바이트 중에는 비교적 어릴 때 사회 초년생이 하기 좋은 알바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처세술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리고 일 자체가 몸이 힘들다 보니 같이 일하는 사람이 있으면 금방 친해진다. 서로 어느 테이블에 소주 좀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하고, 같이 밥을 먹는 경우도 있으니 금방 친해진다.
시급은 고깃집은 보통 웬만하면 최저로 준다. 간혹 최저보다 더 주는 고깃집도 있는데, 그건 그만큼 일이 빡세다는 소리다.
정리하자면 고깃집은 아직 알바 경험이 없을 때 첫 알바로 추천한다. 진상은 비교적 적은 편. 시급은 주로 최저. 반찬이 셀프가 아닌 곳과 고기를 구워줘야 하는 곳은 거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