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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별하 Aug 15. 2021

[그날 죽을걸 그랬나?] #7.[추억] 양심

                                                                                 



가난하던 와중에도 부모님이 나한테 항상 강조하던 가치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양심'이었다. 이 양심은 후에 내가 취업 준비를 할 때 자소서에 키워드로 사용할 정도로 내 생활 전반을 차지하고 있는 신념 같은 것인데, 일례로 초등학생 때 일주일 용돈이 1000원이던 시절 가락엿을 먹고 싶어서 문방구에 간 적이 있었다.




약 15년 전이었는데, 5개에 100원을 하는 엿이 있었다. 나는 10개를 샀고 1000원을 드렸는데 아주머니가 실수로 900원을 남겨주셔서 다시 100원을 돌려드렸다.




그보다 더 어렸던 아무것도 모르던 유치원 시절에는 철없이 아빠 호주머니 속 동전을 훔치기도 하고 집 앞 슈퍼에 가서 초콜릿을 한두 개 정도 훔친 적도 있었다. 물론 그걸 부모님한테 들켰을 때 나는 난생처음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았고 두 다리에 피멍이 다 들도록 엄하게 꾸짖으셨던 기억이 난다.




어린 나이에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그만큼 확실히 도둑질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심어짐과 동시에 양심을 지켜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아주 소중한 계기였다.(후에 가끔 혼날 때 손바닥을 맞은 적은 있었지만 종아리를 맞은 건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뒤로도 엄마가 횡단보도에 아무도 없고 차가 하나도 안 지나가도 빨간 불일 때는 건너면 안 된다 등의 가르침을 주시면 그 말을 무조건 지켰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잘 유지해온 내 양심은 커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음식점에 가서 친구가 밥을 사줬을 때도 음식값보다 작게 계산된 것을 깨닫고 그냥 가자는 친구 대신 차액을 내 돈으로 결제하기도 하고, 잘못 받은 거스름돈은 항상 돌려드렸다.




뿐만 아니라 한 번은 돈을 덜 내고 온 것을 깨닫고 그 음식점에 다시 찾아가서 몇 월 며칠에 이거 이거 시켰고 몇 시쯤에 결제한 거 얼마로 결제되었냐고 찾아달라 했었는데, 당연히 음식점에서는 내가 돈을 더 내고 가서 따지러 온건 줄 알고 약간 긴장하고 계시다가 내가 "그렇죠? 그거 25000원인데 제가 2000원 덜 냈더라고요." 하고 1000원짜리 지폐 두 장을 내밀었다.




처음에는 사장님이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가시는 듯 내가 건넨 지폐를 바라보시다가 한사코 괜찮다면서 사양을 하셔서 결국 못 드리고 나왔다. 그 뒤로 그 집은 단골이 되어서 내가 가면 요청사항을 잘 들어주시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어떤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세상 사람 그 누구도 몰라도 내가 알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 바로 양심이다. 그래서 어떨 때는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몰랐으면 그걸 외면하고 넘어갈 수 있었는데, 어쩌다 알게 되는 바람에 양심상 차마 넘어가지도 못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하고야 마는 것이다.




그래도 그 덕에 남한테 부끄러운 거 없고 무엇보다 나 자신한테 당당하니까 어디서든 마음이 편하다. 앞으로도 내가 양심을 저버리는 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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