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별하 Aug 16. 2021

[그날 죽을걸 그랬나?] #8.[가난] 보일러

                                                                                                                      



가난하면 또 떠오르는 것이 놀랍도록 추웠던 우리 집이다. 빚을 내서 사긴 했지만 어쨌든 우리에게도 집이 있기는 있었는데, 문제는 겨울만 되면 너무 추웠다는 것이다.(물론 여름에는 더웠다) 보일러가 고장 났지만 고칠 돈이 없어서 온수 대신에 가스로 물을 끓여서 샤워를 했다.




물을 아무리 팔팔 끓여서 샤워를 시작해도 화장실 자체가 춥기 때문에 샤워를 마칠 때쯤에는 미지근, 때로는 차갑게 물이 식어버려서 겨울만 되면 샤워하는 게 그렇게도 싫었다. 게다가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을 바로 쓰는게 아니라 바가지로 물을 퍼서 씻어야 했기에 구석구석 씻기도 어려워서 더더욱 겨울이 되면 씻는 게 싫었다.




뿐만 아니라 보일러는 고장이 나든 안 나든 원래도 거의 틀지 않았었는데, 겨울철 우리 집의 실내 온도는 평균 12도를 자랑했다. 남들은 집안이 어떻게 그렇게 추울 수가 있냐고 하지만, 실화였다. 집안에 있어도 전기장판 위를 벗어나는 순간 외투와 목도리, 수면양말이 필수였다. 그렇게 해도 공기자체가 차갑기 때문에 손끝이 항상 시려웠다.




특히나 요리를 해야 하는 부엌이 정말 냉골이어서 엄마를 도와 저녁 준비를 할 때면 나는 조금이라도 따뜻한 가스불앞에 서서 요리를 하는 일을 주로 맡았다. 집이 이렇게 춥고 덥다보니, 오빠와 나의 목표가 자연스레 나중에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집에서 사는 것이 되었다.




아직까지는 내가 독립을 못해서 여전히 그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날이 빨리 오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그날 죽을걸 그랬나?] #7.[추억] 양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