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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별하 Aug 17. 2021

[그날 죽을걸 그랬나?] #9.[추억] 도서관

                                                                                                                                                                                                                                                       



다른 여유 있는 집안과 달리 우리 집은 주말만 되면 딱히 할 일이 없었는데 그걸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엄마가 생각해낸 것이 주말마다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을 가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엄마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도서관은 모든 게 무료인데다가 교육적인 효과도 있으니 여러모로 우리에게 적절한 선택지였던 것 같다.




도서관까지는 집에서 버스로 8정거장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근처에 있는 철길을 따라 걸어 다니기도 했다. 기차가 다니지 않던 오래된 철길이라 땅 부분을 밟지 않고 나무 부분만 밟으면서 마치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걸어가기도 하고, 한쪽 난간에 올라가 오빠랑 같이 누가 중심을 잡고 더 멀리 가는지 내기를 하기도 했었다.




어쨌든 주말마다 가급적 도서관을 방문해서 여러 다양한 책을 읽은 덕분에 지금도 핸드폰 어플로 책을 읽으면서 다닐 만큼 책 읽는 걸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는 나로 성장하게 되었다. 알게 모르게 공부에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는 게, 국어영역 같은 경우에는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늘 상위권을 유지하는 성적이 나왔다.




어릴 때 엄마가 우리에게 해준 것 중 두고두고 잘했다고 회자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도서관일 것이다. 나도 혹시 나중에 자식이 생긴다면 책 읽는 습관만큼은 반드시 길러주고 싶다. 책 읽는 습관이 어릴 때부터 자리 잡히면, 나중에 커서도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요즘에야 워낙 영상으로 다양한 정보를 얻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래도 영상으로는 얻을 수 없는 여러 가지 것들을 글로는 얻을 수 있으니 적극 추천한다.




한참 도서관을 열심히 다니면서 책을 많이 읽을 무렵, 우리 집에는 TV도 없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TV 기계 자체는 그대로 있었지만 유선비가 계속 밀려서 방송이 끊긴 상태였다. 그 김에 부모님이 앞으로 집에서 남는 시간에는 책을 읽자고 하시면서 TV를 아예 끊어버렸다. 그래서 한동안 우리 집에는 TV가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조용히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읽는 시간이 마음에 들었지만, 결국 원활한 부모님의 사회생활을 위해 2년쯤 후부터는 다시 TV 유선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TV가 없던 동안에는 매주 도서관에 가서 읽었던 책을 반납하고 새로 읽을 책을 빌려오는 생활이 지속되었다. 책을 빌려온 뒤에는 다 같이 안방에 엎드려서 각자 빌려온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준 여러 가지 것들 중에 어릴 때 읽었던 책들이 꽤나 삶의 전반을 차지할 만큼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이번 주 주말에는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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