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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별하 Jul 29. 2021

우산

어쩌다가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우산을 들고나간 날에는 하루 종일 우산과 숨바꼭질을 한다. 늘 들고 다니던 물건이 아니라서 어딘가에 놓고 오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는 어디다 뒀는지 까먹기까지 한다. 게다가 비가 계속 오면 쏟아지를 비를 보고서라도 '아 맞다 우산!' 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지만, 비가 그치기라도 하면 우산의 존재는 까맣게 잊혀지고 사무실에 홀로 둔 채 퇴근을 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분명히 아침에는 필요해서 기껏 챙겨 나온 우산이었는데 왜 다시 들고 들어오는 건 이렇게도 힘들까. 분명 필요해서 챙기기 시작한 것들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너무나도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언제 쏟아지는 비를 맞을지 모르는 인생에서, 과연 난 뭘 챙기고 살아야 할까. 적절한 장소에 튼튼한 우산을 미리미리 챙겨두고 비가 올 때를 대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우산을 챙겨놓기보다는 혹여 우산 없이 비를 맞게 되더라도 "때로는 비 맞는 것도 괜찮아."라고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더 챙기고 싶다.



그러면 갑작스러운 비에 우산을 챙겨 나올 걸이라는 '후회'도, 금방 그쳐버린 비에 아까 그 비를 그냥 우산 없이 맞았으면 어땠을까라는 '미련'도, 조금은 덜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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