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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별하 Jul 31. 2021

대한민국에서 학벌이란, 아이돌의 소속사

나는 올해 27살로 대학을 졸업한 지는 약 2년이 지난 사람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현재까지 내가 주변을 보고 느낀 바 중에 대한민국에서 학벌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기가 막힌 비유가 생각나서 공유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한민국에서 학벌이란, 아이돌에게 있어서 소속사와 같다. 일단 편의를 위해 소속사를 대형 소속사와 중소로 나누고, 대학을 상위권 대학과 나머지 대학으로 나누도록 하겠다.



대형 소속사의 경우부터 살펴보면 먼저 들어가기가 어렵다. 물론 그렇다고 중소에 들어가는 게 쉽냐 물어보면 그것도 쉬운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대형이 더 들어가기 어렵다. 그리고 또 같은 대형이라고 해도 각 소속사마다 원하는 이미지가 다 다르다. 그래서 소위 SM 상 YG 상 등등의 말이 있듯이 내가 이 소속사에 떨어졌다고 해서 별로인 사람이 아니라 그 소속사랑 안 맞는 거다. 대학도 마찬가지로 대학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있다. 성적만 놓고 보면 못 갈 대학이 아닌데도 면접을 보고 떨어지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들어간 후는 어떻느냐. 아무래도 연습생 커리큘럼이 대형이 더 잘 짜여있다. 보컬 트레이너나 춤 트레이너들도 상대적으로 실력이 좋은 사람들을 영입해 왔기 때문에 대학으로 치면 교수진이 탄탄한 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중소 기획사에 별로인 트레이너들만 있는 건 아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 개념으로 웃돈을 주고서라도 유명한 트레이너들을 데려오기도 한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명예교수라고 이름만 걸치게 데려오는 경우도 있지만 진짜로 보다 더 좋은 대우를 약속하며 데려오기도 한다.



연습생 생활은 어떻느냐 하면 일단 통상적으로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얘기다, 어딜 가나 예외는 있다) 대형 기획사 연습생들이 실력이 더 좋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난다 긴다 하던 아이돌 연습생들이라도 그 속에 있다 보면 나는 별거 아닌 거 같고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 것 같고 그런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 있다. 저런 애들이랑 경쟁해서 내가 데뷔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분명 소속사에 들어오기 전에는 주위에서 연예인 해보라는 소리도 많이 듣고 나름 자신감이 있었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나 같은 애들이 못해도 100명은 널려있는 거다. 물론 진짜 특출난 경우는 제외하고.


게다가 연습생 생활 자체가 엄격하고 끝없이 쏟아지는 평가에 데뷔는 고사하고 연습생 생활을 버티는 것조차 어려워서 중간에 그만두는 연습생들도 생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본인이 다시 뜻이 생겨서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데를 나가면 00연습생 출신이라고 한 번이라도 더 주목받을 수 있다. 그 모든 걸 다 씹어먹어버릴 훌륭한 재능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비슷한 재능들 속에서는 그거 한 줄이라도 방송에 자막으로 나가냐 안 나가냐 차이가 나는 것이다.



데뷔할 때쯤 되면 어떻게 되느냐 하면, 대형 출신들은 이미 연습생 시절부터 팬덤이 형성되어 있거나 아예 데뷔 과정 자체를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아직 데뷔하기 전부터도 데뷔 예정이라고 기사가 나오고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기대를 한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상위권 대학은 기업에서 알아서 캠퍼스 리쿠르팅을 나온다. 친히 찾아와서 입사 프로세스를 설명해 준다. 데뷔 서바이벌 프로에서 같은 소속사 선배가 심사위원으로 나오는 거랑 비슷한 맥락이다.



그렇게 데뷔를 하고 나면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주목을 해준다. 물론 처음에는 00치고는 이번에는 좀 별론데?라는 평을 들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역시 00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선배들이랑 비교가 될지언정 일단 관심은 받고 시작한다. 그 뒤는 본인 하기 나름이다. 잘하면 잘한다고 역시 00출신이라는 칭찬을 달고 다니고 못하면 못하는 대로 00인데 왜 이것밖에 안되냐고 까이기도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관심은 받는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 00대 출신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감이 있고 거기에 부응하냐 못하냐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물론 중소 기획사 출신도 본인이 잘 하기만 하면 실력파 그룹 호칭을 얻으며 관심을 받을 수도 있다.



앞서 말했듯 본인이 재능이 아주 뛰어나다면 소속사를 박차고 나와도 얼마든지 오디션 프로에서 활용할 수가 있다. 혹은 아예 처음부터 소속사 같은 데를 안 들어가도 실력으로 압살해버리면 한순간에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하지만 비슷한 재능이라고 가정한다면 대형 소속사에서 좀 더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는 것이 본인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데뷔한 후에도 좀 더 주목받기가 좋다.





무조건 대형 소속사에 들어가라는 소리는 하고 싶지 않다. 다만 본인에게 좀 더 유리한 방향이 어디일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꼭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알고 보니 연기가 하고 싶어졌을 때, 아무 소속사에도 속해본 적이 없는 사람과, 중소 기획사라도 들어가 본 적이 있는 사람, 대형 기획사 출신인 사람이 보고 듣고 알고 있는 정보의 양이나 업계 동향 등이 차이가 나지 않을까? 선택은 각자 본인의 몫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직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 청소년분들이라면 일단 좋은 기획사에 들어가 놓으면 적어도 손해는 아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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