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려앉은 도시에서 쉽게 센치해지는 법은 지나가는 차들의 불빛을 바라보는 것이다. 저마다 각자의 속도로 양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차들의 불빛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어떤 감상에 젖는다.
이따금씩 도로를 바라보면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꼭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생긴 것도 제각각이고 속도도 제각각이고 어떤 차는 깜빡이를 넣고 좌회전을 하는 순간에 어떤 차는 그 옆을 쌩하니 지나가기도 한다. 그러면서 반대편에서 우회전하려던 차가 타이밍을 보기도 하고 여러모로 도로 위의 차들이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랑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특히 밤에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약간 짠한 기분까지 든다. 행여 안 보일까 잔뜩 불빛을 번쩍거리며 달리는 모습에서 어딘가 모를 연민이 느껴진다. 내가 지금 여기서 달리고 있다는 걸 필사적으로 알리려는 불빛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다. 그건 아마도 내가 이 넓은 세상 속에서 지금 여기 살아 숨 쉬고 있음에 조금의 힘듦이 묻어있기 때문이겠지. 나는 빨간불이라서 멈춰 있을 수밖에 없는데 옆에서 큰 몸집의 차가 쌩쌩 달려나가니 답답한 마음도 들지만 결국 언젠가 신호는 바뀌고 내 차례가 온다. 힘내자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