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쓱쓱쓱
조용한 교실에
연필 스치는 소리만 호기롭다
뭉툭해진 연필 끝을
칼로 쓱 다듬으니
샥샥샥샥
쓱쓱쓱쓱~ 샥샥샥샥~
옆에 앉은 학생 언니가
"연필소리 너무 좋아!"
정적을 깨고
탄성을 지르자
그제야 "그래~ 그래~"
모두 잠시 늙은 숨을 돌린다
나이가 필요 없는 이곳은
시골 도서관
수채화 수업반 3개월째
열정이 연필 끝에서 꿈틀거리고
꿈이 붓끝에서 퍼져나간다
'당신도 초보일 때가 있었습니다'를
연신 외쳐대며
멜랑꼴리한 물감향에 묻혀서
커다란 가방 메고
어깨가 으쓱해지는 난
이래 봬도 그림 그리는 여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