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향의 집에 오후세시는
햇살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시간
때로는 집요하게 때로는 우아하게
이리 오너라 소리칠 필요도 없이
비어있던 집에 온기를 채우러 돌아온다
거하게 햇발에 취해
잘 그린 그림 하나처럼
훈기를 아껴둔다
이른 어둠이 울려 퍼지면
촌부의 따뜻한 밥 짓는 냄새로
하루를 불러들이고
추운 겨울 아침
골짜기를 밝혀줄 태양을
어김없이 또 기다린다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사계는 훑어가고
겨울에 맞서있는
편백나무와 스트로브잣나무의
푸르름은 생기 있게 당당하다
하루도 어기지 않고
겨울을 통한 생명들에게
발끝의 감촉을 전달하며
나는 오늘도 마당을 자박자박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