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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란 Dec 30. 2023

12월 어느 하루



남서향의 집에 오후세시는

햇살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시간

때로는 집요하게 때로는 우아하게

이리 오너라 소리칠 필요도 없이

비어있던 집에 온기를 채우러 돌아온다

거하게 햇발에 취해

잘 그린 그림 하나처럼

훈기를 아껴둔다

이른 어둠이 울려 퍼지면

촌부의 따뜻한 밥 짓는 냄새로

하루를 불러들이고

추운 겨울 아침

골짜기를 밝혀줄 태양을

어김없이 또 기다린다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사계는 훑어가고

겨울에 맞서있는

편백나무와 스트로브잣나무의

푸르름은 생기 있게 당당하다

하루도 어기지 않고

겨울을 통한 생명들에게

발끝의 감촉을 전달하며

나는 오늘도 마당을 자박자박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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