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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란 Jan 06. 2024

어긋난 세월

점방 앞 미루나무 꼭대기에는

언제 적 것인지 연꼬리가

바람에  팔랑팔랑 을씨년스럽다

네꼴이 내 꼴 같다

꼴값 떨고 있네

파리채 하나 들고

없는 파리 휘휘 내젓던 점방 할매는

저 멀리 휘적휘적 걸어오는

만수할를 보고

잽싸게 엉덩이를 든다

삐그덕 끄윽끅

오십 년째 터줏대감

점방 앞 앉은뱅이 의자가

의 아픈 무릎처럼 어수선하다

라면 하나 끓여줘

저 나이 되도록

라면 하나도 못 끓이남

투덜투덜 투덜이가

냄비 속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술 마셨어?

툭 내뱉는 한 소리에

무심하게 던져지는 찌그러진 양은냄비

캬~ 시원하다

오늘 날씨가 왜 이리도 좋은겨

할멈 단풍구경 갈래?

지랄 옘병하고 있네

점방 할매의  쳐진 볼때기가

복사꽃처럼 붉어지는걸

만수 할배는 놓치지 않았다

눈 한번 맞추지 않은 채

점방 할매도

만수 할배도

후루룩후루룩

얽힌 마음만 서로 삼킨다





토요 연재를 마칩니다

주제에 따른 연재를 하고자 했지만

너무 산만하였고

어울리지 않는 점도 많은것 같아

연재를 마치고 매거진으로 복귀합니다

매주 토요일

여전히 따뜻하고 재밌는 산골이야기로

시와 에세이를 가지고  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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