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물은 마을 공동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개인 지하수를 파서 사용하는 집도 있지만 우리처럼 마을 공동지하수를 사용하는 집들이 주를 이룬다.
가끔씩 지인들이 오면 물맛이 참 좋다고 한다.
처음 집을 지을 때 주도로에서 우리 집까지의 수도관을 자비로 다 들여 끌어오느라 제법 큰돈이 들었다. 시골에서 집을 짓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쑥쑥 지출이 될 때가 많아 참 난감했었고 그래서 계획했던 부분과 제일 많이 어긋나는 부분이 바로 경비지출이었다.
수도세는 일 년에 12만 원에 마을회비 3만 원으로 합계 15만 원을 일 년에 한 번만 내고 있다.
월 만원 꼴의 수도세에 해당되니 도시에 비하면 엄청 싸다.
마을구성원은 원주민이 20% 귀촌인이 80% 정도이다 보니 텃세도 없고 개인적인 생활도 아무 터치 없이 누릴 수 있다.
마을 정보 교환은 밴드를 통해서 하고 있으며 참여 또한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유입인구가 자꾸 늘다 보니 요 근래에부터 물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주말에는 세컨드하우스로 쓰는 사람들까지 많아지다 보니 더 심한 데다가 우리 집은 고지대에 속하다 보니 수압이 약해지던지 아예 안 나오는 경우가 허다해서 여간 속상한 게 아니다.
밤사이 물이 끊어졌다가 다시 나온 줄도 모르고 비데를 사용했다가 엉덩이에 쏘아대는 그 찬물 폭격에 으악!! 비명소리를 질러대며 황당하게 이런 줸장!! 만 연발할 때도 있다.
남편은 이런 산골에서 전기도 들어오고 수돗물도 들어오고 인터넷까지 들어오는데 하나쯤 불편한 건 있을 수 있다고 그러려니 하자는데 그래도 주말만 되면 은근히 불안해지는 걸 어쩔 수가 없다.
이와같은 물 부족현상으로 시에서는 올봄에 지하수 관정을 하나 더 넣어주기로 했다고 하니 우리 입장에서는 무지 반가운 소식이다.
달력에 빨간 날짜가 다가올 때마다 물통에 물을 가득 받아놓고 '이게 대체 뭔 짓이람' 하며 신세한탄에 툴툴거릴 날도 얼마 안 남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나 연휴가 다가오면 짜증이 밀치고 올라오길래 그때까지라도 '물을 아껴 쓰세요'라고 마을 밴드에 소심하게 글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