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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란 May 04. 2024

광견병 예방접종

딩~동~댕~동~

에에에 이장입니다~ 다~ 다~

오늘 9시부터 장터에서~서~서~ 광견병 예방접종이 있으니 끼익~ 끽~

저놈의 마을 방송은 언제쯤 참기름 미끄러지듯 좀 매끄러워질까.

아침부터 방송으로 떠들어 대지 않아도 며칠 전 마을밴드 공고를 보고 채비를 하던 중이었다.

오늘은 일 년에 한 번 읍사무소에서 광견병 무료 예방접종을 하는 날이다.

항상 대형 견 두 마리를 데리고 가서  맞혀 왔었는데 마침 비가 오는 바람에 주사약만 받아와서 집에서 우리가 직접  놓아 보기로 했다.

그런데 십 년 동안 오시던 수의사선생님이 아니고 다른 분이 와계셨다.

"안녕하세요 주사 놓는 게 처음이니 어떻게 하는 건지  가르쳐주세요" 했더니 뜬금없이 반말이다.

"이거 있지 이걸 여기에 넣고 흔들어 봐 녹았지

회색으로 됐잖아 이걸 다시 주사기에 넣고 놓으면 돼"

하! 참 우린 오늘 처음 만났는데...

나이로 봐도 내가 훨씬 많아 보이는구먼,

노무 자슥 예의는 물에 말아먹었나  날 언제 봤다고 야무지게 반말을 해대고 있네.

요즘도 도시사람 시골사람 가려가며 하대하는 건가,

아님 내 옷차림이 저양반이 반말해도 될 정도로 허접한가,

아닌데 차려입고 나왔는데...

아주 짧은 순간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열받았는데 수의사의 너무 뻔뻔한 태도에 평소에는  소심주의자라 좋은 게 좋은 거지를 주장하는 나이지만  웬걸 반말이 툭 튀어나온다.

"아! 이걸 희석제에 섞어 흔들어서 주사기에 넣고 놓으면 되는 거구나 두 마리니까 이거 이거 네 병?"

어퍼컷에 한방 맞고 쨉을 날렸다.

순간 수의사의 흔들리는 눈빛을 또렷이 봤다.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끄덕끄덕 하길래 잽싸게 내 것만 챙겨서 나왔다.

저 정도 반말로 같이 응수하고 말았으니 얼굴 붉힐 일 없이 잘 처신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내 뒷줄에 서계시던 어르신들께는 부디 존댓말로 해주셨기를 바라면서 그 자리를 떴다.

욱한다고 욱하는 대로  대화하며 살 수 없진 않은가,

나도 진심만 아니면 되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뒤 개들 주사 맞힐 준비를 하는 동안 자기가 놓겠다며 큰소리 뻥 치던 남편이 주사기를 보는 순간 멈칫한다.

에라 이럴 땐 나는 또 어디서  숨어있던 용기가 튀어나와 "저리 비켜요 내가 놓을게" 목소리를 높인다.

개 머리를 남편이 잡고 나는 뒷목덜미 살을 집어 올려 그 속에 날카로운 바늘을 찔러 넣었다.

개의 목덜미에는 신경이 없다며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주사 놓던 것을 꼼꼼하게 봐두었던 눈썰미도 한몫했다.

이게 뭐라고 두 마리 주사를 놓고 나니 나도 긴장을 했었는지 맥이 탁 풀는 것이 생애 처음 놓아보는 주사였는데 잘 마무리 했다는 것에 우쭐하니 웃음이 피식 나온다.

개 두 마리를 차에 태워 직접 맞히러 가면 이 집 저 집에서 데리고 나온 여러 마리 개들이 서로 싸울 수도 있어 신경을 곤두세우곤 했었는데  오히려 수월하게 잘 끝난 것 같다.

이렇게 봄마다 해야 할 일 한 가지를 또 잘 처리하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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