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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란 Jun 29. 2024

커다란  도토리나무 밑에서



마당 북쪽 끄트머리에는 커다란 가시나무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겨울 찬 북풍을 막아주는데 한몫하고 있다.

사시사철 잎의 변화도 없고 항상 푸르르기만 하여 재미가 없는 나무라고 투덜거리기만 하였는데

작년부터 도토리가 달려 떨어지기 시작했다.

와우 이게 무슨 일이야!

얘가 분명 참나무가 아닌 가시나무인데 무슨 도토리가 열리는지 싶어서 가시나무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가시나무라고 하여 잎에 가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가서목이란 이름으로 불리어지다가 가시나무로  바뀌었단 설도 있고 제주도에서는 도토리를 가시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렇게 불렸다는 설이 있다.

원래 도토리는 참나뭇과의 활엽수에서 열리는데 가시나무는 참나뭇과의 상록수라서 도토리가 열리는 것이라 한다.

고 녀석 참 신통하다.

13년째 봄인지 가을인지 도통 계절의 변화를 모르는 나무인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도토리를 만들어내다니...


산골로 이사 온 첫해 가을에는 집 뒷산에 참나무가 무성하여 도토리를 주워와서 도토리묵도 해 먹었었다.

주워온 도토리를 물에 담가놓으면 벌레 먹었거나 썩은 것들은 물 위에 둥둥 뜨므로 건져내어 버리고 껍질 깐 도토리를 쓴맛을 우려내기 위해 며칠 물속에 담가놓았다가 믹서기에 넣고 간다.

면보자기에 간 도토리를 넣고 물로 몇 번씩 치대어서 걸러낸 물이 몇 시간 후 보면 윗물과 아래 가라앉은 것으로 나뉘는데 이때 윗물은 따라서 버리고 아래에 가라앉은 침전물로 도토리묵을 쑤면 된다.

참으로 번거롭고 일도 많지만 완성된 도토리묵이 찰랑거리며 양념장에 묻혀 입안에 쏘~옥 들어와서 이쪽저쪽 혀끝을 두드리는 순간  도토리의 쌉싸래한 향과 탱글탱글한 식감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곳으로 이사 온 첫해에는 모든 것이 재미나고 신기했던지라 산속을 제집처럼 헤집고 다녔었는데 내 집 마당 가꾸기가 우선이 되자 산 한번 가기가 어려울 정도로 바쁘게 보냈다.

이젠 산에서 도토리를 줍지 않아도 가시나무의 도토리수가 좀 많아지면 그걸로도  충분히 도토리묵을 쑤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올 가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만들어 먹는 재미도 있지만 한 알 한 알 줍는 재미도 엄청나다.

분명 우리가 심은 나무이지만 도토리를 생산해 낼 줄은 몰랐으니 이제부터 가시나무와 좀 친해져볼까 한다.


~~ 커다란 도토리나무 밑에서~~

~~ 그대하고 나하고~~

~~ 정다웁게 얘기합시다~~

~~ 커다란 도토리나무 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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