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머니 달 떴어요"
"그래? 어디 보자
정말 크고 밝다이
너거 소원 빌어봐라
저그 저 달 속에 토끼가 방아 찧는 거 보이제"
"어디요 어디"
"저그 달 속에 토끼가 안 보이나?"
"저기 희끄무레한 거 저거예요?
소원 빌면 들어줘요? 할머니"
"하모 하모"
고사리 같은 손을 모으고 조그마한 입술이 달싹거린다.
"쿵더쿵쿵더쿵 제 소원은요..."
긴 툇마루를 따라 좁은 방 두 개
마당 건너 사랑방 하나
형님네 식구 다섯 명
우리 식구 넷
동서네 식구 넷
큰 조카 둘
그리고 어머님
아이들은 비좁다며 이리저리 몸을 굴려가며 툴툴거리다가 이내 쌕쌕 잠들었다.
댓돌 위에 어지럽던 신발들도
시끄럽던 아이들의 재잘거림도
그리운 어머님의 목소리도
이젠... 아무것도 없는데
추석은 또 다가오고
그때의 보름달도 외롭게 둥실 떠올랐다.
~즐거운 추석 한가위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