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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란 Sep 14. 2024

옛날 옛날에~~

"할머니 할머니 달 떴어요"

"그래? 어디 보자

정말 크고 밝다이

너거 소원 빌어봐라

저그 저 달 속에 토끼가 방아 찧는 거 보이제"

"어디요 어디"

"저그 달 속에 토끼가 안 보이나?"

"저기 희끄무레한 거 저거예요?

소원 빌면 들어줘요? 할머니"

"하모 하모"

고사리 같은 손을 모으고 조그마한 입술이 달싹거린다.

"쿵더쿵쿵더쿵 제 소원은요..."


긴 툇마루를 따라 좁은 방 두 개

마당 건너 사랑방 하나

형님네 식구 다섯 명

우리 식구 넷

동서네 식구 넷

큰 조카 둘

그리고 어머님

아이들은 비좁다며 이리저리 몸을 굴려가며 툴툴거리다가 이내 쌕쌕 잠들었다.


댓돌 위에 어지럽던 신발들도

시끄럽던 아이들의 재잘거림도

그리운 어머님의 목소리도

이젠... 아무것도 없는데

추석은 또 다가오고

그때의 보름달도 외롭게 둥실 떠올랐다.


~즐거운 추석 한가위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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