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는 장마대로 나는 나대로.

by 즐란


장마가 시작되었다.

장마에 대비하여 고추는 이중으로 줄을 쳐서 여린 가지가 부러지지 않도록 잘 잡아주고 하루가 다르게 뻗어가는 토마토 가지도 정리하여 줄로 묶어주었다.

벌써 파란 토마토가 조롱조롱 열려서 좀 있으면 빨갛게 익어갈 것이다.


아! 할 일이 너무 많다.

치근덕대는 더위에 온몸은 땀으로 끈적끈적하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수행을 하고 있다.

이렇게 채비를 해놔도 비가 많이 오면 키 큰 옥수수는 또 쓰러질 테고 바람에 꺾어지고 부러지는 가지들이 이리저리 생겨날 게 분명하다.

이래서 비가 오기 전이나 비가 내린 후에는 바깥일이 더 많다.

잡초는 잡초대로 텃밭 지도가 달라질 만큼 커져선 아우성대고 있을 것이다.

일단 오늘은 이만큼의 노동으로 패스~


남편은 지붕에 올라갔다.

배수구에 막힌 곳이 없는지 봐야 하기 때문인데 나는 사다리 타는 게 무서워 잡고만 있다.

지붕 위에서 곡예하듯 다니고 있는 남편을 보니 현기증이 일어난다.

“어 어 넘어질 것 같아!”

분명 한 달 전에도 청소했는데 시커먼 낙엽 더미들이 마당으로 한 움큼씩이나 떨어진다.

이제 좀 개운하다.


바깥일은 대충 정리해 놓고 비 내리는 오후, 안 입는 옷 정리를 하다가 몇 년째 입지 않은 청치마를 보곤 버리기가 아까워서 가방을 만들었다.

오랜만에 재봉틀을 꺼내보았다.

바이어스 처리 된 끝부분을 조심스럽게 잘라내었더니 아주 긴 끈이 나온다.

가방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삼등분을 하여 머리 땋듯이 땋았다.

땋은 가방끈은 특이하고 발랄해 보이는데 직사각형 가방은 어딘가 재미가 없고 허전하다.

가방 길이를 줄여주는 방법으로 주름을 잡아보았다.

이런! 생각지도 못했는데 예쁘다.

비 오는 날 뜻밖의 재미로 횡재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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