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감자를 삶아 먹다가 질려질 때쯤 기름진 게 먹고 싶어 고추전을 해 먹는다. 친정 엄마는 고추를 꼬치로 꿰어서 연탄불에 구워 주셨다.
뜨거운 연탄의 화기도 아랑곳없이 엄마 옆에 쭈그리고 앉아 참새 새끼처럼 하나씩 빼먹던 그 재미~ 파란 고추가 노랗게 타들어 가며 쪼글랑 대는 것도 신기해 “엄마 언제 다 익어” 노래를 부르며 기다리던 때였다.
하얀 밀가루 옷을 입고 연탄불에 뽈락 뽈락 튀어 오르면 다 익었다는 신호.
학교 갔다 돌아온 언니들이 나도 좀 먹자며 내 등짝을 후려쳐도 와앙~ 울며 엄마 허리춤 붙잡고 암팡지게 버티며 먹어대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연탄불이 없으니 프라이팬에 기름 둘러 편하게 구워 먹는다. 여린 고추 몇 개를 따와서 길게 세로로 반을 잘라 밀가루 옷을 입히고 전을 굽는다.
엄마가 하던 것처럼 꼬치로 꿰기에는 일이 많아 세 개, 네 개씩 붙여 뒤집기 수월하게 해 먹는다.
고추의 새로운 맛처럼 맛있다.
올해 고추는 유난스레 벌레 피해가 많다.
해마다 똑같지는 않은데 자주 내린 비 탓이리라.
곧 고추에 탄저병이 생길 시기이다.
약을 안 치다 보니 이 시기에는 하루라도 빨리 빨간 고추를 따서 말리고 파란 고추는 장아찌로 만들든지 냉동고에 넣어 일 년 내내 꺼내 먹는다.
아쉽지만 한번 냉동고로 들어간 식재료는 맛이 떨어진다.
생으로 따서 바로 해 먹는 맛!
아삭아삭하고 맵지도 않은 고추전의 별미를 맛 볼 시기가 딱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