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동창인 친한 친구가 학창 시절
내가 싸 오던 도시락에는 항상 삶은 계란이
한 개씩 들어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부러웠었단다. 나는 전혀 몰랐다.
우리도 부유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 시절에
엄마는 언니들이 도시락을 두 개씩 들고
다녔기 때문에 아침마다 도시락을 몇 개씩
펼쳐놓고 꼭 삶은 계란을 하나씩 넣어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 정성도 참 대단하셨던 것 같다.
친구는 사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도시락 반찬은 항상 김치만 넣어 다녔다고 하니
그때 계란 한번 먹어보자고 했으면
내가 줬을 수도 있었을 텐데...
무심하게,
당연하게,
들고 다녔던 그 도시락의 계란을 부러워하던
친구는 3년 전 세상을 떠났다.
자상한 남편과 잘생긴 아들 둘을 남겨놓고...
나는 삶은 계란을 보면 친정엄마가 생각나야
하는데 자꾸 친구가 먼저 생각난다.
그 후 친구는 우리 집 가까운 곳의 공원묘지에
묻히게 되었다. 볼일 보러 도시로 드나드는
길목이라 한 번씩 들러보게 된다
갈 때마다 친구의 남편과 아들 둘의 사진이
바뀌어져 있는 걸 보니 이곳에 자주 오는가 보다.
친구의 빈자리가 더욱 더 커 보인다.
너에게 들렀어
다정한 남편과
잘생긴 아들들 사진이
올 때마다 바뀌어져 있네
널 그리워하는 마음만큼
애틋하게 웃고 있는 저 모습들
넌 보고 있니
늙은 엄마를 남겨두고
네 발걸음이 어찌 떨어졌을까
딸아 딸아 서럽게 부르시던
네 엄마 얼굴이 눈에 선하다
네 자리에 묵묵히 서있는
향나무도 뵈기 싫어
네가 먹고 싶어 했다던
삶은 계란도 뵈기 싫어
뭘 그리 서둘러서 가버려야 했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