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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란 Sep 01. 2023

디어 마이 프렌드  



중학교 동창인 친한 친구가 학창 시절

내가 싸 오던 도시락에는 항상 삶은 계란이

한 개씩 들어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부러웠었단다. 나는 전혀 몰랐다.


우리도 부유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 시절에

엄마는 언니들이 도시락을 두 개씩 들고

다녔기 때문에 아침마다 도시락을 몇 개씩

 펼쳐놓고 꼭 삶은 계란을 하나씩 넣어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 정성도 참 대단하셨던 것 같다.

친구는 사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도시락 반찬은 항상 김치만 넣어 다녔다고 하니

그때 계란 한번 먹어보자고 했으면

내가 줬을 수도 있었을 텐데...

무심하게,

당연하게,

들고 다녔던 그 도시락의 계란을 부러워하던

친구는 3년 전 세상을 떠났다.

자상한 남편과 잘생긴 아들 둘을 남겨놓고...


나는 삶은 계란을 보면 친정엄마가 생각나야

하는데 자꾸 친구가 먼저 생각난다.

그 후 친구는 우리 집 가까운 곳의 공원묘지에

묻히게 되었다. 볼일 보러 도시로 드나드는

길목이라 한 번씩 들러보게 된다

갈 때마다 친구의 남편과 아들 둘의 사진이

바뀌어져 있는 걸 보니 이곳에 자주 오는가 보다.

친구의 빈자리가 더욱 더 커 보인다.










너에게 들렀어

다정한 남편과

잘생긴 아들들 사진이

올 때마다 바뀌어져 있네

널 그리워하는 마음만큼

애틋하게 웃고 있는 저 모습들

넌 보고 있니

늙은 엄마를 남겨두고

네 발걸음이 어찌 떨어졌을까

딸아 딸아 서럽게 부르시던

네 엄마 얼굴이 눈에 선하다

네 자리에 묵묵히 서있는

향나무도 뵈기 싫어

네가 먹고 싶어 했다던

삶은 계란도 뵈기 싫어

뭘 그리 서둘러서 가버려야 했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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