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남풍아저씨가
단풍씨앗을 등에 태워 휘~잉 날아간다
"엄마 안녕"
"아가 잘 가"
여름 내내 홍단풍 엄마에게 매달려
이날 만을 기다려왔다
엄마와의 헤어짐에 훌쩍이다가
이리저리 세상구경에 정신이 없다
"아저씨 난 어디로 가고 있나요"
"기다려 네 언니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줄게"
"곧 겨울 북풍 할아버지가 오실 거야
어서 서둘러야 해"
잠깐 어지러웠던 단풍씨앗은
깜빡 잠이 들었다
"다 왔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남풍 아저씨 등에서 뛰어내려
엄마가 가르쳐준 비행실력으로 뱅그르르 돌아
햇빛 잘 드는 꽃마당으로 내려왔다
"안녕 난 네 언니야
엄마가 보냈구나"
"언니 언니"
엄마가 그리워 글썽이던 눈으로
언니를 만난 단풍씨앗
"아가야 곧 겨울 북풍 할아버지가 오실 거야
넌 부드러운 땅속에서 잠을 자도록 해"
엄마 품 같은 양지바른 곳에서
겨울잠을 잤다
따뜻한 봄할머니가 들썩들썩
단풍씨앗을 깨운다
"아! 몸이 간질간질해" 기지개를 켰다
쑤~욱
"어! 내 몸이 커졌어
엄마 닮은 홍단풍이야"
엄마와 아가가 아장아장 걸어온다
"어머! 단풍나무 씨앗이 또 날아왔네
내년에 저쪽 마당으로 옮겨서
우리 아가 이름 지어줄까?"
아가가 까르르르 웃는다
단풍나무 아가도 까르르르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