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 3

비누

by 꾸꾸

"잘못했어 안 했어!?"


"퍽"


"다시 제자리로"


"잘못했어 안 했어"


"퍽"


"다시 제자리로"


"퍽"


퍽 소리와 함께 영탁이는 앉아있던 의자와 함께 뒤로 몇 바퀴 굴러 교실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가슴의 통증을 느끼며 양손으로 가슴을 움켜쥐며 바닥에서 덜덜 떠는 영탁이에게 잠시의 쉴 틈도 없었다.

선생님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영탁이에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라며 명령했다.


교실 책상을 구석으로 몰고 한가운데에 영탁이와 선생님만의 콜로세움 경기장 심판이 진행 중이었다.

주변을 둘러싼 관객들은 그 장면을 숨죽여 지켜볼 뿐이었다.

다만, 환호성과 광기는 찾아볼 수 없었고 두려움과 공포만이 내려앉아 있었다.


"다시 제자리로"


"퍽"


몇 대나 발로 걷어차였을까 영탁이는 선생님 말대로 의자를 제자리에 놓고 앉는 것보다 무릎 꿇고 비는 것을 선택했다.


"선생님 잘못했어요.... 때리지 마세요......!!"


영탁이는 선생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양손이 닳도록 빌며 매달렸다.

서럽게 울며 바닥에 넙적 엎드린 영탁이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이 한가득 얼룩져있었다.


"그래서 네가 뭘 잘못했는데"


"....."


영탁이는 말을 하지 못했다.


"다시 제자리로"


영탁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선생님은 더 악질적으로 영탁이를 처벌했다.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며 때리고 또 때렸다.


"너는 소나 개 돼지처럼 맞아야 돼"

"정신 차릴 때까지"


영탁이를 벌레 보듯 쳐다보는 눈빛으로 자신의 폭력을 체벌로, 가혹행위를 훈육으로 정당화했다.

마치 폭력과 가혹행위가 영탁이의 정신을 온전하게 돌려놓을 수 있도록 하는 특효약인 것처럼 믿는 것 같았다. 영탁이가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자 선생님은 자신의 발을 붙들고 양손으로 빌고 있는 영탁이의 어깨를 구둣발로 내려 찍었다.


"푹"


영탁이는 또다시 뒤로 구르며 쓰러졌다.


"윽....."


"뭘 잘못했는지 똑바로 말해!"


"...."


영탁이는 교실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비틀고 있었다.

말을 꺼내지 못할 정도로 흐느끼며 힘들어하고 있었다.


"다시 제자리로"


"제.. 제가 친구를 괴롭혔... 어요.. 그러.. 면 안되는데 저도... "



-----



강일이와의 일이 있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또다시 일이 터졌다.

우리 반엔 입이 거친 여자아이가 한 명 있었는데 어디에서 배워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 입에 욕을 달고 사는 고운이었다. 이름만 들어서는 착하고 밝을 것 같은 여자아이었지만 입만 열면 세상에서 처음 들어보는 신기하고 경박한 욕을 내뱉었다.

그날도 고운이는 평소때와 같이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영탁이가 옆을 지나가게 되었고 영탁이가 지나가다가 고운이 어깨를 실수로 건드렸다.


"툭"


"어,,, 미안.."


영탁이는 정중하게 사과했다.

하지만 고운이는 평소 욕을 입에 달고 살아서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욕이 튀어나왔다.


"하 시발, 눈깔은 어디에다가 처 들고 다니는 거야 병신같이"


영탁이는 평소에는 괜찮았지만 급발진하게 되는 단어가 두 개 있는데, '바보'와 ' 병신'이었다.

그 단어를 들으면 이성이 사라지고 짐승처럼 급변했다.


"뭐 병신~!?"


영탁이는 이성을 놓아 소리쳤다.

영탁이가 소리를 칠 때에는 얼굴을 찌푸리며 목이 찢어져라 소리치곤 했는데 그 소리가 운동장까지 들릴 기세였다.


상황은 순식간에 변했다.

평화로웠던 교실은 영탁이의 고함소리로 순간 암흑으로 변했다.

고운이도 본인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사과했다.


"아.. 미안 내가 잘못 말했어"


하지만 영탁이는 들리지 않았다.

고운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영탁이는 손으로 고운이의 뺨을 때렸다.


"찰싹"


고운이가 손으로 얼얼해진 뺨을 움켜쥐고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영탁이는 그런 고운이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몇 초간 바라보다가 어느 정도 분이 풀렸는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때였다.


"악!!!!!!!!!!!!!!!"


귀가 찢어질듯한 비명소리가 반 전체를 갈라놓았다.


"악!!!"


"악!!!!!"


한 명의 비명소리가 곧 여러 명의 비명소리로 번졌다.


"어떻게 고운아!!! 빨리 양호실 가봐!!!!!"


옆자리에 앉아있던 혜미가 고운이에게 소리쳤다.

교실 한구석에 앉아있던 나도 깜짝 놀라 고운이가 앉아있는 자리를 쳐다보았다.

긴 생머리를 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어 잘 보이지 않아 고운이에게 몇 걸음 다가갔다.


'!!'


영탁이에게 맞은 뺨을 어루만지고 있는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영탁이는 손바닥으로 고운이의 뺨을 때린것이 아니고 손톱으로 고운이의 뺨을 할퀴었던 것이다.

그 세기가 너무 세서 살갛이 파였고, 뺨에서는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피가 흐르고 있었다.



-----



"내가 친구들 때리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퍽"


또다시 일어서려는 영탁이를 선생님은 구둣발로 걷어찼다.

이젠 굴러 넘어갈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는지 맞자마자 바로 바닥에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윽....."


"다시 일어서"


영탁이는 여리여리하고 앙상한 몸을 힘겹게 천천히 비틀며 일어났다.


"뭘 잘못했는지 말해."


"고운이를 떄렸어요.."


"잘했어 잘못했어"


"잘못했어요..."


영탁이는 눈물을 흘리며 빨개진 눈과 코를 훔치며 잘못했다고 빌었다.


정확히 20번.

10센티미터가 넘는 높은 구둣발로 희성이가 명치와 어깨를 걷어 차인 횟수였다.

20번을 맞고 나서야 선생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왔다.


"고운이한테 가서 사과해"


양호실에서 치료를 받고 온 고운이는 교실 뒤편 의자에 앉아 있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 괜찮아..."


영탁이가 그렇게 죽기 바로 직전까지 개같이 처맞는 것을 지켜본 고운이는 차마 사과를 안 받아줄 수 없었다.


"영탁이 오늘 끝나고 방과 후에 남아."


"네"


영탁이는 언제나 방과 후에 아무도 없는 교실에 혼자 남았고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선생님과 단 둘이 남아 개인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훈육이라는 탈을 쓴 폭력이, 맞아야 정신 차린다는 비정상적인 사고가 만들어낸 지옥이었다.


우리 교실은 선생님의 폭력과 가혹행위로 단절되고 절제된 분위기에 생활을 이어나갔다.

언제나 선생님 눈밖에 나면 안 된다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늘 경직되어 있었다.


선생님이 계시지 않은 쉬는 시간이 유일한 학교생활의 자유였다.

선생님이 잠시 교무실로 간 10분이 우리에겐 너무나도 달콤한 휴식이었다.

자유를 넘어 해방을 느낄 수 있었다.

저마다 뛰어놀며 교실을 휘젓고 다니는 강일이와 친구들, 서너 명씩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

언뜻 보면 아주 자연스럽고 활기찬 반 분위기였다.

그렇게 쉬는 시간 친구들끼리 모여 놀고 있을 땐 평범한 초등학교 2학년 교실의 쉬는 시간이었다.


어느 날 어느 쉬는 시간,


나는 내 자리에서 짝꿍 지영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다른 친구들도 각자 휴식을 즐기기 바빴다.

그러던 중 내 뒷자리에 앉은 고운이가 며칠 전 가족끼리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짝꿍과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욕도 자연스레 나오기 시작했고, 점점 더 욕은 거칠고 심해졌다.


"아니 시발 그래서 내가 그 병신 같은...."


그때였다.


"드르륵"


"......."


문소리와 함께 교실은 순식간에 정전으로 전기가 끊긴 듯 어두워졌다.


"방금 욕한 사람 나와"


문을 열자 들려오는 고운이의 욕설이 선생님 귀에 들어간 것이다.


"셋 셀동안 나와"


"하나"


"둘"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미동도 없었다.


"셋"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고운이가 욕했음을.

그러나 고운이는 나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는 것처럼 시치미를 뚝 떼고 제자리에 앉아 책상에 고개를 박고 있었다.


"흠.... 한번 더 센다. 누군지 알지 나랑 눈 마주친 사람 나와"


"하나"


"둘..."


반 분위기는 점점 더 긴장감이 고조되어 갔다.


"드르륵"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고운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의자를 밀어 일어섰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천천히 나간 고운이는 양손을 앞으로 쥔 채 고개를 푹 숙이며 선생님 앞으로 걸어가 죄송하다고 말했다.


"아직 어린애가 어떻게 그런 경박한 욕을 할 수 있지?"

"너는 지금 입에 걸레를 물었어."

"더러운 걸레는 깨끗하게 빨아야지"

"화장실 가서 세면대에 있는 비누 가져와"


고운이는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선생님을 빤히 쳐다보았다


"네?"


"화장실 가서 비누 가져오라고"


"아.... 네..."


고운이는 이제야 말귀를 알아먹은 듯 대답을 하고 화장실로 갔다.

나갔던 고운이는 금방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한 손엔 어느 정도 사용해서 크기가 작아진 분홍색 비누가 들려있었다.


"선생님 여기 가져왔어요..."


"그거 입에 물어."


"......."


"..... 네? "


나도 처음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운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비누 입에 물라고 더러운 걸레 같은 입 씻어내게"


"...."


"안 물어? 한 대 맞고 물을래 그냥 물을래"


지금 비누를 입에 물지 않으면 영탁이처럼 구둣발로 차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고운이는 냉큼 비누를 입에 물었다.


"더 깊게 입에 한입 가득 물어"


앞에만 살짝 문 비누가 못마땅했는지 선생님은 손으로 비누를 쑤셔 넣으며 고운이의 입에 한가득 물렸다.


"너 이번시간 동안 저 교실 뒤에 그대로 서있어. 비누 뱉으면 맞는 거야"


고운이는 더러운 비누를 한입 가득 입에 물고 교실 뒤로 가서 섰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교실 뒤에서 소리가 났다.


"최악"

"뚜르르르륵"


무언가 물이 왈칵하고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고운이가 입에서 침과 비눗물이 섞인 액체를 삼키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교실 바닥에 내뱉었기 때문이었다.


"너 쉬는 시간에 다 닦아놔"


선생님은 그런 고운이를 보며 손톱만큼의 연민과 포용은 보여주지 않고 단호하게 더러워진 교실 바닥을 닦으라며 지시했다.

그렇게 고운이는 한 시간 동안 교실 뒤에 혼자 서서 비누를 한입 가득 물고 서있었고, 고운이가 서있는 바닥은 침과 비누로 섞인 액체로 덮여있었다.


그 뒤로 유독 욕을 잘하는 여자아이들 몇 명이 고운이와 마찬가지로 비누를 가져와 입에 문채 교실 뒤에 서있는 체벌을 받았다.

나도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흥분한 나머지 말이 잘못 나와 욕을 하게 되었는데 마침 선생님이 교실에 계셨고, 나와 같이 욕을한 친구들 몇 명이서 화장실에서 쓰는 더러운 비누를 그대로 가져와 입에 물고 교실 뒤에 서있었다.


그때 물었던 비누의 쌉쌀하면서 비릿한 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오랫동안 기억됐다.

아직도 그때 일을 기억하면 입안 가득 물은 비누향이 느껴지는 것 같다.


맞아야 정신 차린다며 장애인 영탁이를 폭행했던 선생님

더러운 입을 씻어야 된다며 화장실 비누를 입에 물린 선생님

교실에서 싸움을 했다고 구둣발로 명치를 걷어찼던 선생님


나의 2학년은 일반적인 체벌인 손들기와 회초리의 범위를 벗어나 비상식적이고 잔인한 폭력으로 얼룩진 담임선생님의 공화국 속에 서릿발처럼 얼어붙은 학교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땐 이게 잘못된 것인지, 비상식적인 일들인지 알지 못했다.

그냥 선생님이 무서울 뿐이었고 혼나지 않기 위해 학교를 다녔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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