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에 반해서
3년 전 봄의 한가운데, 대학 친구들과 경주로 여행을 갔었다. 여행 둘째 날, 우리는 저녁 먹기 전 들를 곳을 알아보던 중 월정교에 가기로 했다. 월정교는 통일신라 시대에 지어진 다리인데, 다리의 폭이 넓고 양 끝에 목조 입구가 있어 무척 아름다웠다. 사람도 많지 않아 월정교와 그 아래를 흐르는 남천을 둘러보기 좋았다. 다리의 중턱에서 한참이나 저무는 해를 바라보다가,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에 반대쪽으로 다리를 내려갔다.
다리 반대편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나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잠시 기다렸고, 얼마 안 있어 고양이를 구경하던 사람들이 원래 가던 길을 가버렸다. 고양이는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내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아 고양이를 빤히 바라보았는데, 고양이는 놀라거나 도망가는 기색 없이 점점 더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 무척 수려하게 생긴 고양이었다. 몸부터 눈 아래까지는 하얀 털로 뒤덮여 있었고, 눈 위부터 뒷덜미까지는 밝은 갈색과 검은색 털이 드문드문 나 있었다. 털 사이사이 흙먼지가 눈에 띄었는데, 아무래도 기르는 사람이 없는 길고양이 같았다.
나는 매혹되었다. 고양이에게 눈을 뗄 수가 없었는데, 고양이는 마치 그런 나를 보고 알겠다는 듯 내 발치에서 자기를 구경할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아예 내 발목 위로 올라와 부드러운 털의 감촉을 전해주었다. 마치 내가 고양이고 고양이가 사람인 것처럼. 나는 얼이 빠져 있다가 서둘러 카메라를 꺼냈다. 사진 몇 장을 찍고 나니,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한 채 자리를 떠났다.
남은 여행 내내 머릿속에 그 고양이 생각이 났다. 나를 빤히 바라보던 그 날카로운 눈과, 정돈되지 않았지만 나름의 멋이 있던 얼룩진 털, 쫑긋 솟은 귀, 굳게 다문 입, 길게 뻗은 콧수염, 앞발에 묻은 검은 흙먼지까지.
그 이후로 그 고양이를 다시 만날 일은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휴대전화의 배경 화면을 그 고양이로 해 두었고, 오늘까지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자연스레 그 고양이를 본다. 슬프고 화나는 일이 생길 때 휴대전화를 들면, 그 고양이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는 나를 달래주곤 한다. 그는 나의 친구이다. 언젠가 그를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