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

꽃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

by 냄도

언어는 사람들 간의 암묵적 합의를 통해 체계화된, 일종의 사회적 약속과도 같다. 언어는 신이 인간에게 내린 축복 중 하나로, 우리는 언어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언어는 글이나 말을 매개로 생명을 얻고, 그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말은 글보다 생명력이 강한 대신, 더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글은 겁이 많아도 괜찮지만, 생명력을 불어넣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여기 글보다도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말보다 작은 용기로도 언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어떤 소년이 살았다. 소년은 한 소녀를 너무나도 사랑했다. 소년은 변하지 않는 자신의 사랑을 소녀에게 표현하고 싶었지만, 부끄럼이 많아 차마 입 밖으로 자신의 마음을 낼 수 없었다. 소년은 편지라도 써볼까 하여 펜을 쥐었지만, 그조차도 용기가 나지 않아 지레 포기했다. 어느 날 소년은 길을 걷다가 소녀를 마주쳤다. 눈 부신 햇살과 선선한 바람, 은은한 꽃내음이 소년을 부추겼다. 소년은 한참을 망설이기만 하다가, 이대로라면 소녀가 자신을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조급해진 소년은 주위를 둘러보던 도중, 노란 해바라기 한 송이가 길가에 핀 것을 보았다. 소년은 조심스레 해바라기 한 송이를 꺾어 소녀에게 내밀었다. 피는 내내 태양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처럼, 소녀를 향한 자신의 변치 않는 사랑의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연보라색 꽃 한 송이가 있었다. 이 꽃은 무더운 여름철, 매일 아침 새 꽃이 피고 저녁에 시들기를 반복했다. 사람들은 대낮에 핀 이 꽃을 무심코 지나쳤다. 그러나 이 꽃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꽃을 피웠다. 사람들은 날이 더워질 즈음 피기 시작한 이 연보라색 꽃이 어느덧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데도 여전히 피어 있는 것을 보았다. 이 꽃은 마치 시들지 않고 영원히 피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연보라색 꽃에 무궁화라는 이름을 붙였다. 무궁화가 아직 피지 못한 초봄의 어느 한 날, 사람들은 양손에 태극기와 무궁화를 쥐고 거리로 나왔다. 여름 내내 시들지 않고 피는 무궁화처럼, 민족의 얼이 외세에 시들지 않고 영원히 피기를 바라며.


꽃은 단순히 언어를 전달할 뿐 아니라, 시각적, 후각적 전달의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해바라기를 선물 받은 소녀는 소년의 마음에 더불어 노랗고 선명한 꽃의 형상과, 은은한 꽃의 향기도 같이 받았다. 거리를 가득 메운 무궁화는 사람들을 연보라색 파도로 바꾸었고, 곳곳에서 피어나는 연기와 화약 냄새를 지우고도 남았다. 꽃을 통한 언어의 전달은 아주 강력하다.


꽃은 말이나 글처럼 체계화된 정도가 강하지 않다. 누군가는 노란 해바라기를 보며 미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연보라색 무궁화가 밤에는 지는 것을 보며 오히려 하루도 채 견디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꽃말의 매력이 아닐까? 꽃은 어떤 꽃인지 보다도 어떤 마음을 담는지에 따라 의미가 변하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에 아무 꽃이나 한 송이 가져가도, 하물며 길가에 핀 하얀 민들레 홀씨 하나를 가져가도 그만의 언어를 꽃에 담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백 마디 말보다, 백 개의 수려한 문장보다, 한 송이 꽃이 진심을 더 온전히 전하는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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