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꿈 꾸세요

좋은 밤과 좋은 꿈

by 냄도

나는 어떤 사람에게 잘 자라고 할 일이 있을 때면, 대개 “좋은 꿈 꾸세요”라고 말한다. 밤은 무척 길고, 꿈은 그것보다도 더 길어서, 그 사람의 길고 긴 시간이 안녕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좋은 꿈을 꾸면, 그게 좋은 밤일까.


사람의 수면은 보통 90분을 한 주기로 반복된다고 한다. 우리는 전체 수면 시간 동안 이 주기를 4~6번가량 오르내린다. 하나의 수면 주기는 다시 네 단계로 구분되는데, 첫 번째 단계는 ‘얕은 잠’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눈을 감고는 있지만 아직 세상의 감각과 완전히 끊어지진 않은 상태로, 이 단계에서는 쉽게 깨고, 잤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두 번째 단계는 ‘안정된 잠’ 단계이다. 이 단계는 전체 수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심박수와 체온이 내려가고, 뇌는 외부의 자극을 차단한다. 세 번째 단계는 ‘서파 수면’ 단계이다. 이 단계가 전체 수면 시간 중 가장 깊은 수면 단계로,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고 근육 재생이 일어난다. 이 시기가 오래 유지될수록 우리 몸이 다시 재충전된다. 이 단계에서는 누가 깨워도 깨기 어렵고, 억지로 깨었을 때 가장 멍하다.


네 번째 단계가 낯익은 ‘렘 수면’ 단계로, 이 단계에서는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고 뇌의 활동은 우리가 깨어 있을 때와 거의 비슷해진다. 대신 근육이 마비되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데, 이 시기에 서사가 있는 꿈을 꾸곤 한다. 그러나 꿈꾼다고 해서 깨어났을 때 다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닌 것이, 렘 수면 단계에서 다시 다음 수면 주기에 접어들면 이전에 꾸었던 꿈은 대부분 기억에 남지 않게 된다. 우리가 꿈을 길게, 자주 꾼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렘 수면 단계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렘 수면 단계에서 자주 깬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꿈을 많이 꾼다는 것은 잠이 깊지 않았거나, 무의식적으로 뇌가 불필요한 각성 상태에 머무는 일이 잦았을 확률이 높다는 의미이다.


좋은 꿈이라는 건 무얼까. 꿈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일어난 후에도 그 감정의 여운이 이어진다면 좋은 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꿈을 꾼 날은 일어난 후에도 괜스레 기분이 좋고, 더 행복한 하루를 보낼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꿈꾸고, 그 꿈이 기억에 남았다는 것은 우리 몸이 깨었을 때 피로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설사 그렇게 느끼지 못하더라도, 몸이 무의식적으로 그러할 수 있다. 우리의 마음과 감정을 위해서라면 좋은 꿈을 꾸는 것이, 우리의 피로한 몸을 위해서라면 꿈꾸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떤 밤이 좋은 밤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나는 고를 수 있다면 좋은 꿈을 꾸고 싶다. 개인적으로, 감정적으로 행복함을 느끼는 것이 비로소 살아 숨 쉬는 것의 보람을 느끼게 한다고 생각한다. 일어나서 내가 버티고 살아내야 할 하루는 나를 그다지 행복하게 하지 못할 때가 많아서, 꿈에서 하늘을 날고 우주를 여행하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가끔은 그렇게 느낀 행복이 일어난 후의 하루를 무언가 더 따뜻하게 만드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에게 잘 자라고 할 일이 있을 때면, 대개 “좋은 꿈 꾸세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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