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마지막 항암제, 이리노테칸
폴피리- 이리노테칸+5fu 1차
“ 다시 몇 번이고 이겨낼 수 있다! ”
12월 2일 월요일
펫시티 찍는 날
저번주 금요일에 급하게 입원을 하고 12월이 온 지도 몰랐다
내가 좋아하는 연말이 다가오고 있구나
주말 동안에는 검사가 없어서 계속 수액이랑 진통제만 맞았고 포트가 잘 안 들어가서 한번 바늘 교체를 했다
양쪽 귀가 엄청 빨갛고 부어오르는 게 딱 발진 나기 직전과 같아 항히스타민제랑 스테로이드를 맞았더니 다행히 가라앉았다
마약성진통제인 모르핀은 최저용량으로 계속 투여하고 있고 통증은 잡히고 있어 다행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뭐가 많이 있다
7시에는 피검사를 하고, 7시 30분에는 엑스레이를 찍고 왔다
피검사 결과는 바로 확인했는데 염증수치가 조금 올라가 있다
옆구리 통증 때문인가.. 다른데 염증이 생긴 건지
그리고 아침에 몸무게를 쟀는데 얼굴이 부어있고 3킬로가 쪄있어서 이뇨제 처방을 해주셨다
+ 추가로 아침마다 맞는 위장약, 항생제
오후 3시에는 펫시티 검사가 있어서 모르핀과 맞는 수액에 포도당이 없는 성분으로 교체했다
진통제 덕분에 아픈 곳이 없는 걸까? 빨리 퇴원하고 싶은데 아직 정해진 게 없으니 답답해서 뭐라도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12월 3일 화요일
밤에 갑자기 시작된 등 뒤 옆구리 통증으로 잠을 못 잤다
결국 마약성진통제 용량을 올려서 3시간에 몰아 한꺼번에 맞았고 그렇게 진통제의 힘을 빌려 잠을 잤다
오늘은 시티, 펫시티 결과와 함께 3차약제에 대한 결정을 하는 날
아침 일찍 엄마가 병원으로 올라왔고 단단히 마음을 먹자고 교수님 면담 전에 마음을 추스려본다
혹시나 눈물을 흘릴 때를 대비해 손수건을 챙겼다
시티와 펫시티 결과는 다시 안 좋아지긴 했으나 생각보다 그렇게 상태가 나쁘진 않았다
췌장 쪽 림프절이 많이 붓고 오히려 위는 괜찮은 것 같긴 한데.. 어쨌든 약을 바꿔야 하니까
임상까지는 2주 정도 시간이 있어서 그 사이에 항암을 하기로 했다
워낙 젊어서 빨리 퍼지는 암이니까 2주라는 시간을 그냥 마냥 기다리기엔 위험이 따르니 그게 맞을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다가온 이리노테칸의 시간
폴피리요법으로 이리노테칸+5fu 2주 간격으로 하기로 했고 2박 3일 동안 항암을 한다
혹시나 임상이 재개되면 그 사이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우선은 체력도 좋으니 이리노테칸을 맞기로!
무시무시한 항암계의 타노스라는 이리노테칸은 구토, 복통, 설사등의 기본적인 부작용과 다른 부작용이 잇따르지만
이때까지 항암을 하면서 사람마다 부작용도 다 다르고
미리 걱정해 봤자 달라지는 건 없기에 항암부작용은 그냥 무던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다시 잘 견딜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그래야만 하니까..!
많이 힘들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조금 더 웃고 즐기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야지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게 늘 최선의 선택을 해주시는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오늘은 간호사선생님들께서도 내 블로그를 보고 계신다고 힘을 주셨다 참 친절하신 선생님들
병원에 와서 본인 생각만 하는 환자들을 보면 인류애가 떨어지다가도 선생님들 보면 또 인류애가 엄청 샘솟는다
항암을 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몸도 마음도 편안하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항암제인 이리노테칸을 맞았다
그냥 그렇게 무사히 하루가 지나간다
12월 4일 수요일
엄청난 부작용 시작
이리노테칸을 다 맞고 5fu가 20정도 들어갈 때쯤부터 속이 엄청 울렁거린다..
참 옥살리의 울렁거림도 잘 견뎠는데 이런 거구나
난 그동안 정말 복 받으면서 항암을 했구나 생각이 든다
마음이 한없이 약해지는 이번 항암
참 오랜 시간 잘 버텨왔는데 역시 부작용이 심하다 보니까 쉽지 않다
병원에서는 물만 마셔도 토가 나와서 아무것도 먹질 못한다
간호사선생님한테 구토봉지를 달라고 말씀드려서 옆에 구비해 두고 화장실에 달려갈 준비를 해야 한다
저녁에는 딸꾹질이 엄청 심하게 나왔다
물을 마셔야 하는데 구역질이 나와서 물을 겨우 마시고 누웠더니 다행히 진정이 돼서 멈췄다
수액을 맞고 있어서 그런지 몸무게는 빠지지 않았고
아직도 붓기 때문인지 몸무게가 평상시보다 더 많이 나왔다
마약성진통제 모르핀도 여전히 옆구리통증으로 맞는 중이다
다 지나가겠지 다 지나갈 거야
12월 5일 목요일 퇴원
그 이후 주말까지 3일 정도는 계속 입맛이 없다
목요일에 퇴원하고 집에 와서 생각나는 음식이 감자면밖에 없어서 감자면을 먹고 또 토하고를 반복
다행히 구토는 금요일에 멈췄고 음식을 보면 속이 울렁거린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속이 진정돼서 일어나자마자 아이스크림을 먹고 견뎠다
정말 이때까지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도 못했던 불량식품들을 살기 위해서 먹는다..
복수가 찼는지 교수님께서 별말씀은 없으셨는데 배가 엄청 부풀어 올라있다 평소 컸던 바지가 허리가 겨우 잠기는 정도, 몸무게도 복수 때문에 늘어난 것 같은데 알 수 없으니 답답할 뿐
더 이상 부풀지도 않고 아픈 곳은 없지만.. 임산부처럼 배가 빵빵한 상태다
시티랑 펫시티에서도 복수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니 괜찮겠지?
퇴원하고 집에 와서도 마약성진통제 먹는 약으로 처방해 주셔서 타진을 복용하고 있다 (모르핀-> 타진 변경)
옆구리통증은 진통제를 먹으면 증상이 완화되지만 약이 없으면 잠을 못 잘 정도로 심하다
이제 다음 항암까지 일주일정도 남았다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단 컨디션이 빨리 돌아오는 것 같다
컨디션 회복하고 일주일이라도 다시 잘 챙겨 먹고 다음항암을 준비해야겠다
벌써 다음 항암을 생각하면 속이 울렁거린다
하지만 아직 항암을 할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뒤돌아보지 않고 그저 앞만 보고 다시 일어나서 걸어야 한다 한걸음 한걸음
몸과 마음이 지칠 때쯤 블로그, 브런치, 암카페 등 많은 사람들의 응원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받으며 그렇게.. 나는 정말 감사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병원에 있을 때보다 확실히 집에 오니까 하루하루 회복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마음을 강하게 먹고 있다!
두렵고 무서웠던 마음은 나한테서 그리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부모님은 이때까지 긍정적으로 잘 이겨내 줘서 고맙다고 하시지만 엄마아빠가 날 참 이렇게 강하고 단단하게 잘 키워주셨다
다시 잘 이겨내 보자!!!
나의 첫 아이스크림 요맘때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