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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a Jun 16. 2020

생색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모님께 집을 지어드렸습니다. #2

부모님께 집을 지어드릴때 가장 중요한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

하자가 안 생기도록 좋은 업자를 고르는 것?


다 아니다.



나처럼 가족간의 복잡하게 꼬여있는 갈등을 집을 지어서 해결하려고 시작했다면 특히 더 그럴 것이다.


집을 짓는다고 막연한 행복이 짠하고 생겨서 품에 안기는 것은 절대 아닐뿐더러

20년이 넘도록 거의 매일 아침부터 술을 드셔온 어머니가 술을 딱 끊는 것도 절대 아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침일찍부터 찾아가 방문을 열었을 때 취해서 쓰러져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자마자 내가 얼마나 디오니소스(술의 신)을 얕잡아 보았으며, 행복의 댓가를 낮게 책정했는지 뼈저리게 깨닳았다.


그 직후부터 은행대출, 이제부터 갚아나가야하는 은행이자 등등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혼자 발을 동동 구르는 내 신세가 비참하도록 처량해지기 시작했다.



집을 짓는다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가족간에 댓가를 바라고 무언가를 한다는 자체가 속보이는 짓이지만 내심 멋진 집을 지어드리면 가족들이 나의 노고에 깊이(?) 감사하며 그 집에서 행복하게 하하호호 살아줄 것이라 생각하면 아주 큰 착각이다.

가족들 개개인의 살아온 관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집을 처음 지었을 때야 잠깐 "하하호호" 할 지는 몰라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어머니의 경우 새집에서 한달도 안되어 다시 술을 드시기 시작하셨고, 걸어서는 슈퍼도 갈 수 없는 동네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개발해 내셨다.

부부의 세계 14화 중 (뻔뻔하게 끊었다고 해놓고도 숨겨놓고 마시는게 알코올 중독의 무서움이다.)


서울에 사는 동생 역시 마찬가지, 온식구가 자주는 아니더라도 년 중 명절때라도 같이 모여서 마당에서 고기도 굽고 하는 것을 상상했지만 교통이 불편하니 되려 더 내려오기 힘들다는 핑계만 하나 더 늘게되었다.


세상일은 절대 사람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혹시나 나처럼 생각했다면 일찌감치 포기하기 바란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혹자는 작은 선물 100번보다 큰 선물 1번이 더 크다고 했지만, 생활은 말 그대로 하루하루 이어지는 삶이기에 힘을 내기위해 지속적인 연료가 필요하다.

주체할 수 없이 돈이 많아서 집하나 덜컥 지어드려도 재정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 상관없겠지만 대부분 대출끼고 집을 지어야 할터인데 문제는 집을 짓고난 다음이다.


교통비, 난방비, 전기세, 은행이자 등등등...


집을 짓기위해 자료를 모으면서 듣게 된 것들은 전부 비용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지속가능성, 적어도 내 멘탈을 잡기 위해서는 비용문제의 해방이 필요했고 그 생각은 어느정도 적중한 듯 하다.



준공부터 1년간 사용한 생활비 지출입내역


다음은 1년간 사용한 비용과 수입내역이다.

공사기간동안 사용한 전기, 수도요금은 6월~8월까지 월평균 5만원 정도가 지출되었다.

8월에 주택이 완공되고 입주를 하였으며 9월부터 본격적으로 비용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는데, 9월에 주택에서 사용할 태양광 발전 3kW가 설치되었다. 

오른쪽 건물 1층 위에 설치된 것이 모듈 8매 태양광발전 3kW, 당초계획보다 모듈 2장이 줄어서 초반에는 이빨이 빠진모양이다.

10월부터 전기요금이 2만원 미만으로 나오기 시작하였으며 수도세는 1.8만원정도 나왔다.

보일러는 LPG가스 보일러가 설치되었다. 기름보일러의 경우 등유탱크를 설치해야하고 화재위험과 지저분한것이 싫어서였다. (하지만 비용은 LPG가 훨씬 더 비싸다.)

전원주택의 경우 지역마다 있는 LPG업체에서 LPG통 및 가스배관을 설치해주고 계량기 검침을 통해서 가스요금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LPG가스통. 이렇게 가스통을 여러개 달아놓고 계량기를 검침해서 사용량을 청구한다. 가격은 도시가스의 4배 가까이 된다.

거래업체였기에 발전수익이 발생하고난 다음부터 꼭! 지급할 것을 약속하고 양해를 구했다. 겨울을 보내면서 지출된 가스요금은 405,798원이었다.

태양열 난방 보조가 도움이 된 것으로 판단되는데 대충 열량을 계산해보면 태양열 난방 보조가 없었다면 가스비는 100만원이 넘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태양열 난방보조 시스템은 태양빛 20 ㎡에서 수집된 열량을 난방에너지로 사용한다. 하루 온수 생산량 1톤

12월에 가스비를 좀 아껴보기 위해서 샤오미 전기히터를 구매해서 설치해드렸는데 이것이 패착이었다.

우선 전기히터의 전기소모량(2kW)가 엄청난 것이었으며, 어머니가 술을 드시는 날에는 낮시간 내도록 집에 계시면서 히터는 틀고 창문을 열어놓는 참사가 벌어진 것이었다. 중간에 바로 철거하였지만 전기요금 폭탄을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때려 맞았다. (한전에서도 전화가 왔었다. 갑자기 전기요금 왜이렇게 많이 나오냐고....)

이렇게 생긴 샤오미 전기히터를 조심하기 바란다. 요금폭탄 엄청남...

1월에 계획대로 상업형 태양광 발전소가 준공되었으며 전기생산금액은 2월부터 입금되기 시작했다.

SMP는 한국전력공사에서 매월 계량기 검침을 통해 통장으로 입금되었으며 REC금액은 전력거래소 현물시장에 매달 내다 팔았다.

5월 입금과 출금 기준으로 전체 전기, 수도, 가스비용으로 지출된 금액은 1,091,218 원

태양광 발전으로 수입된 금액은 2,266,265 원

남은 금액은 1,175,047 원이었다.



REC 고정금액 낙찰과 앞으로의 전망


2020년 상반기 태양광 발전 REC가격입찰에 낙찰이 되어 (복잡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루겠다. 수익이 10%정도 증가했다고 보면된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자금계획을 세웠는데 다음과 같다.

수도요금을 더 높게 잡은 것은 화단을 가꾸는 것 때문인다. 내 노력이 가상해서인지 어머니께서 술을 끊어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하시는데 그중에 하나는 화단을 가꾸는 것이다. 물론 숨겨놓고 몰래 드시기는 하지만 바뀌려고 노력하고 계신다. (영상참조)


https://youtu.be/-XjkecKpUV0


어쨌든 그 이후로 물을 많이 쓰시는데 수도요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겨울은 화단에 물을 거의 주지않으니까 조금 타이트하게 잡았다. 여유가 된다면 태양광 발전 모듈에 떨어지는 빗물을 모아서 다시쓰는 방법도 고려중이다.


전기요금은 여름철에는 에어컨 틀어야할테고, 겨울철에는 보일러와 전기장판을 혼용하셔야 되니 전기요금을 적당히 잡았다. 히터는 가동하지 않을 생각이다.

LPG가스비용은 예년과 같이 50만원 정도를 책정하였다. 


수입은 SMP+REC 통합금액으로 월별 일사량을 대략적으로 고려했을때 수입계획은 약 930만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남는 금액은 대출상환으로


830만원 정도의 수입금액은 대출상환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서두에 언급했던 이야기를 다시 하자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좋은 일하고 욕먹는 것이다.

머리속에 "내가" 지어드린 집이라는 것 자체를 지워야 한다. 

입밖에 내는 순간 생색내는 놈으로 찍혀 사는 부모님도 미안하고 빚내서 집지은 자식도 속상해진다.

기왕 기분좋게 시작했다면 행복으로 가는 중간과정도 기분좋아야 한다. (끝이 없는 길이길 명심하기 바란다.)


태양광 발전이 최적의 방법인가?라고 한다면 그것은 아니겠지만 생활비용으로 생길 수도 있는 스트레스는 없앨 수 있다.


중간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야지만 끝까지 폼잡고 좋은 자식으로 남을 수 있다.


집짓는 것은 끝이 아니라 그저 시작일 뿐이다.


계획중이라면 명심하기 바란다.

무지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까지 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지.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 저는 유튜브채널 "행복한집 쏠라우스"에서 가족들과 함께 전원주택을 꾸려가는 과정을 영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영상 작업기간과 글을 쓰는 기간이 달라서 내용이 약간 다를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영상으로 보시고 싶은분들은 아래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모두 행복해지시기를 빕니다. ※


https://youtu.be/2M-Lj1kQ-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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