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집을 지어드렸습니다. #4
고등학교 2학년 때였나?
키울 자신도 없으면서 강아기를 사달라고 졸라대는 바람에 어머니가 사오셨던 강아지 "수나"라는 아이가 있었다.
인연에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몰랐던 나는 처음에 며칠만 예뻐하고 키우는 것을 뒤로 내팽겨쳤었는데 역시 키우는 것은 어머니셨다.
내가 지은 인연의 과보를 어머님이 고대로 등에 짊어지셨는데 어머니는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나가는 그때에도 아들이 강아지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겠다 싶으셨는지 "수나"를 데리고 나가셔서 그아이가 눈도 안보일정도로 늙어서 강아지별로 돌아갈 때까지 보살피셨다.
그때 어머니의 책임을 나눠서 지워주신 분이 지금의 새아버지셨다. (아버지도 키우던 강아지가 있었다.)
아버지가 키우던 "벼루"라는 흰색 진돗개와 "수나"라는 앞못보는 늙은 개들은 두분을 따라 전국을 돌아다니다 오산에서 눈을 감았다.
어머니가 동생의 고양이를 잠깐 맡아주신 적이 있었는데, 돌려보내고 난 뒤에 많이 아쉬우셨는지 갱년기 우울증을 핑계로 고양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때가 거의 갱년기 우울증의 피크를 찍을 때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좀 나을 까 싶어서 입양시켜 드린 식구가 마이클이다. (예쁜 암고양이가 한마리 더 있었지만 출산 후유증 때문인지 고양이별로 먼저 돌아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ㅜㅠ)
고양이들은 어머니의 갱년기 우울증 치료는 하지 못했지만 두분이서 이사를 할 때마다 가구를 바꿀 수 밖에 없었고(발톱으로 긁어서), 집주인들에게 도배비를 물어내게 했다.
우리식구가 되고 5번 정도 다른집을 돌고 돌다 결국 지금의 2층집으로 정착하게 된다.
이정도면 냥생 역전이라고 할 수 있지.
고양이 덕후인 우리 동생에 따르면 고양이들은 집을 다시 찾아올 수 없기 때문에 바깥에 내보내면 절대 안된다고 하지만,
바깥 세상이 어찌 궁금하지 않을까?
마이클은 내가 2층 테라스로 나갈 때마다 잠깐씩 바깥 구경을 한다. (마당에 나갈 때도 있다. 발을 닦을 수가 없어서 자주는 아니지만.)
강아지들은 산책갔다와서도 발을 씻길 수가 있지만 고양이들은 (아니 우리집 고양이는) 그런걸 죽어도 싫어한다.
(개냥이처럼 딱 달라붙어서 부비다가도 뭔가 씻길것만 같은 이상한 낌새만 들면 곧바로 줄행랑이다.)
흙이 안묻는 앞테라스는 그나마 집을 덜 어지럽히기 때문에 어머니도 허락하시는데 마이클도 너무 좋아한다.
한번씩 바깥에도 풀어줄 때가 있지만 흙을 온 몸에 뭍히고 들어와서 잘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도 도심보다는 탁 트여서 훨씬 찾기가 편하다. (물론 멀리가지도 않는다.)
마이클도 그때는 살이 많이 쪘었다.
2층집으로 이사를 오고난 다음부터 행동반경이 넓어진데다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어서 마이클이 자동 다이어트가 돼버렸다.
밝아진 성격은 덤이다.
다음편에는 마당에서 살고있는 금동이 이야기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