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집을 지어드렸습니다. #3
나도 그랬다.
집을 짓자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알아본 것은
"평단 건축비" 였다.
참 찾기도 힘들 뿐더러, 믿을만 해 보이는 출처에서 늘 하는 대답은
"의미없다." 였다.
아니, 집짓는데 들어가는 돈이 얼마인지 단가를 모른다고?
짓기전에는 알려주기 싫은 꼼수 아니냐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지어보니 그말이 왜 나오는 지 알았다.
딱 이 비유가 적당할 것 같다.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한달에 의류비 지출을 얼마나 하느냐?라고 물어보면 정도를 정하기 힘들것이다.
나같이 옷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1년에 20만원도 남을테고,
20만원도 비싸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20만원 가지고는 신발 한짝도 못 사 신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패션은 개인별 기호가 크게 작용하는 지출 항목이고 이는 사람따라 개성이 너무나 극단적으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집도 그렇다.
언젠가 학생들에게 살고싶은 집을 그려보라는 과제를 냈었는데 같은집이 단 한채도 없었다.
규모부터 외장, 창면적비, 하나하나 천차만별이었다. 그러니 집짓는 가격도 같은 것이 있을리가 없지...
집을 짓는데 얼마 들어가나요? 라는 말은
얼마짜리 옷을 입고싶은가요? 라는 질문과 같다.
소재, 디자인, 상표 어느것을 결정하느냐에 따라 편차가 너무나 크다.
집짓는데 들어간 돈을 공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집을 짓고싶은 사람이라면 본인의 기호 항목을 남기고 나머지는 추가해서 비용을 뽑으면 될 것이다.
원래 토지가 논이었기 때문에 건폐율 용적율이 그리 크지 않았다.
건축 구조는 중량 철골구조(H빔)이다. 왜 이렇게 무식하게 했는지는 후술한다.
패시브하우스(에너지 사용을 극도로 절약한 집의 구조)까지는 아니지만 그에 준할 수 있는 성능을 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적용했고 단열과 창호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역시 기반시설이 좋은 자연과 도시의 적당한 절충을 찾는 것은 결국 비용의 문제로 이어졌고 목표대비 가격의 절충을 본 것이 지금의 토지이다.
이곳은 원래 논인데다가 진입로와 단차가 컸기 때문에 성토를 해야했다. 석축을 쌓고 성토를 했다. 보통 3년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그동안 기다릴 수가 없어서 기초를 최대한 신경쓰고 다지고 다져서 지내력테스트까지 다 통과를 했다. (문제없을거라고는 했지만 걱정이 되기는 되었는데 1년이 지난지금 큰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 )
사실 철골 구조를 해본적이 없어서 안맞으면 어쩌나 하고 시뮬레이션을 수차례 하고나서 제작에 들어갔는데 그래도 현장에서 안맞는 부분이 있었다. (제작상의 오류이긴 했지만...)
내외장 샌드위치패널을 대고 그 내부를 글래스울 보온재를 채워넣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철골 주택의 열교(내외부에 열전도가 높은 부재로 열이 타고 밖으로 출입하는 현상)를 막으면서도 단열성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함이었다. 전원생활 난방비때문에 골머리 아프다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이부분을 어떻게 해서든 해결하고 싶어서 한 것인데 1년의 생활결과 어느정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부분은 하자에 대한 이야기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보온공사를 추가로 빡세게 하는 바람에 판넬시공업체 사장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 최대한 내 의견을 반영해서 군소리 없이 해주셨다. (하지만 요구사항이 많아질 수록 비용은 추가로 들어간다는 것을 명심하자.)
사실 한군데 업자에게 전부 도급을 주어야 추후 생길 수 있는 하자문제에 유동적으로 대응이 가능하지만 결혼하면서 리모델링할 때 한샘에 좋은 인상을 받아서 이 부분을 한샘에 따로 떼줬다. 지금은 후회한다. (이부분도 하자문제를 다룰 때 이야기 하겠다. 한샘도 시공팀에 따라 퀄리티가 달라지더라.)
상하수도공사는 시에서 관리하는 상수도와 하수도 관을 우리집까지 연결해 주는 공사이며 가설전기공사는 임시전기와 나중에 집까지 전기를 연결해주는 공사이다.
땅을 알아볼 때 상하수도관로와 전봇대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도 검토사항이다.(중요)
이것은 인터넷 회사와도 관련이 있다. 집을 다 지었는데 인터넷이 연결이 안돼서 몇달을 티비를 못보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ㅋㅋ
철자재를 자르고 용접한 다음 분체도장을 하고 설치하면 끝.
아래의 영상을 참고하면 된다.
하고나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경오러 오는 사람들도 가장 많이 칭찬을 하는 것이 바로 계단이다.
전원주택 몇군데 가봤을 때 2층집 계단이 좁거나 높아서 불편해 보였는데 공간을 좀 버리더라도 계단을 널찍하게 해서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서 놀러오더라도 좋아하게 하자는 취지였다.
시공업체 사장님께서 400정도 달라고 해서 공사금액에 추가해드렸다. 돈이 아깝지 않은 결과물이다. 게다가 아래쪽을 창고로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
계단있는 2층집에 고양이를 키우면 하도 오르락내리락 자주해서 살이 안찐다. 돼냥이 키우는 분들은 2층집 추천.
여기까지 건축에 들어간 비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다. 이런 철골주택 평균 시공비가 평당 400~500만원 선이라고 하던데 나의 경우는 500만원에 거의 근접하는 집을 지었다.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뺐다고 생각했는데 불필요한 부분이 끝나고 나니 보였다. 건축비를 줄이는 방법은 건축업자들이 잘 알겠지만 결국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은 건축주의 몫이다.
그래야 우리집 2층 싱크대 같은 안해도 되는 것에 돈을 안쓴다. 게다가 청소기 충전기 위치, 티브이 위치 이런것까지 꼼꼼하게 시뮬레이션 해볼 것을 추천한다. 돈들여서 컴퓨터 모델링 하라는 소리가 아니라(하면 좋겠지만) 글을 읽는 당신이 생활 할 미래를 그려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비용절감을 위해 뺄 것이 보일것이다. 게다가 꼭 필요한 것을 빼먹지도 않을 것이다. (빼먹으면 결국은 하게 된다.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기에는 삶이 길다.)
전원생활 욕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안살아본 사람들의 뇌피셜이 80%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100% 완벽한 집을 지은것은 아니지만 도전해본 결과물 치고는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생활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