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이름의 구속.
사람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움직일 때 특별한 감정을 갖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중요한 임무를 가졌을 때는 더욱 위험하다. 감정은 때로는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분명하지만, 반대로 사람을 망가트리기도 한다. 특히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러하다. 사랑을 흔히 가장 강한 감정이라고 하지만, 동시에 매우 위험한 감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랑으로 인해 틀어진 영화, [색, 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중국이 일본과 전쟁을 벌이던 시기, 홍콩으로 피난온 학생, 왕 치아즈는 평범한 대학생활을 한다. 그러나 자신과 같은 처지로 홍콩으로 도망친 학생들과 우연히 중국을 팔아넘긴 인물, 미스터 리 암살에 관여하게 된다. 거기서 치아즈는 미스터 리에게 접근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의 예상보다 훨씬 철저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실패로 끝난 활동을 뒤로 한 채 몇 년이라는 세월이 흐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찾아온 기회에 그녀는 다시 한 번 미스터 리에게 접근하고, 그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얼핏 보면 큰 설정은 최근에 개봉한 영화 '밀정'과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가지만, 밀정에서는 송강호에게 '나라'라는 큰 존재롤 호소한 것과 달리, 색계에서는 '사랑'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 영화를 이끄는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영화의 분위기는 '농후'하다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대학생으로 등장하지만, 치아지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어른의 세계에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이 와중에 점점 그녀의 화장은 짙어지고 화장을 지운 모습을 보기는 매우 어려웠다. 입에는 언제나 담배가 물려있으며, 그녀와 그 사이에는 언제나 담배연기가 있고, 그 연기 덕분에 그녀의 화장한 모습이 좀 더 농후해보였다.
영화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미스터 리를 암살할 목적으로 그에게 접근한 치아지는 그와 비밀스런 사랑을 나누면서 점점 그에게 사로잡혀간다. 그를 사로잡으려던 그녀의 당초의 목적과는 정반대의 상황으로 흘러간다. 비밀스런 사랑을 나눌수록, 둘만의 시간이 늘어날 수록 그녀는 그의 포로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완전히 자각한 순간 모든 임무를 망치게 되었다. 나는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생각났다. 사회 초년생인 여대생과 비밀스러운,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나누는 연상남이 영화를 보면서 머릿 속을 맴돌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위대함은 이미 다른 영화에서도 다양한 각도로 해석을 해주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사랑이라는 감정의 위험성을 다룬 영화도 매우 많았다. 만약 당신이 지금 사랑에 빠졌다면, 그 사랑은 위대함에 가까운지 위험성에 가까운지 한 번 쯤 살펴봤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 완벽한 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완벽한 감정이란 존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