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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이 Feb 27. 2017

싱글라이더

모든 것을 배제한 나



 브런치 여러분, 안녕하세요. 최근에는 극장을 좀 연달아 가네요 ㅎㅎㅎ

저는 어제, 아니 정확히는 오늘 00시 30분 심야 영화로 이병헌 주연의 [싱글라이프]를 보고 왔습니다. 극장가에서는 2017년 첫번째 감성영화라고 하도 징하게 광고를 해대서 조금은 기대하고 보고 온것 같습니다. 


 먼저 영화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강재훈(이병헌)은 증권사 팀장이지만, 부실채권 판매로 고객들의 신용을 잃어버리고 절망합니다. 그리고 호주로 유학을 간 아내 이수진(공효진)과 아들을 그리워하며 무작정 호주로 떠나게 됩니다. 그러나 호주로 간 그 곳에는 자신의 자리가 없다라고 판단을 하며, 계속해서 아내와 아들의 주위를 맴돌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 동안 미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정도가 대략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제는 영화에 대한 감상을 해보겠습니다. 먼저 강재훈(이병헌)이 뭔가를 깨달아 가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처음에 그는 단순히 아내와 아이가 그리워서 호주로 떠나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의 주위를 배회하면서 자신이 그 동안 미쳐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신이 그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아내 이수진(공효진)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왜 그 준비를 하는지 알게됩니다. 저는 이 모습들이 사람을 다시보는 관점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익순한 것들도 낯선 장소에서는 새롭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심지어 2년 가까이 못 본 가족의 모습을 호주라는 낯선 공간에서 다시, 그것도 제 3자의 관점으로 보게 된 그가 느꼇을 느낌이 어느 정도인지 저로서는 짐작도 가지 않았습니다.




 또한 강재훈(이병헌)을 둘러싼 배경의 변화가 좋았습니다. 영화의 도입부의 느낌이 저는 회색과 같은 다소 우울한 색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호주로 배경이 옮겨지면서, 정확히는 그의 가족이 있는 공간은 굉장히 밝은 배경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런 색상 전환이 오히려 강재훈(이병헌)의 상황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호주에서도 그가 가족과 함께 있거나, 가족이 있는 장소는 밝은 장소로 나오는 반면, 지나(안소희)와 함께 밤거리를 돌아다니거나 혼자서 다락에 있는 장면에서는 어두운 배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없는 가족의 밝은 배경과 자신만이 홀로 있는 어두운 배경이 대조를 이뤄서 그의 상황을 잘 표현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았던 연출은 핸드폰과 구두소리 였습니다. 강재훈(이병헌)이 무작정 호주로 떠날 때 그는 핸드폰을 한국에 있는 짐에 두고 갑니다. 그리고 그는 도입을 제외한 영화 상영 도중 단 한번도 핸드폰을 손에 쥔 적이 없습니다. 핸드폰이 세상과 그의 소통, 가족과 그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던 수단이었는데 그 핸드폰을 놓고 오면서 온전히 혼자가 된 그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구두소리도 좋았습니다. 영화 내내 강재훈(이병헌)은 단벌을 입고 스크린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영화 상영 내내 그의 구두소리가 거의 끓기지 않습니다. 상영관을 가득 채운 그의 멈추지 않는 구두소리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그의 여정을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마지막의 반전 아닌 반전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좋았습니다. 감상평에서 눈물없이 슬픈영화라는 리뷰를 봤는데 그 이유를 확실히 알 것 같았습니다. 그의 무거운 발걸음이 비단 그의 걸음에만 해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저마다의 무게를 지닌 발걸음을 지니고 걸어가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각또각. 


여러분의 라이킷과 댓글을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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