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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sk Aug 10. 2018

06.  엔지니어링이 기술이라면 매니지먼트는 예술이다.

매니지먼트의 중심 엔지니어링 매니저

프로젝트의 일원으로서, 프로젝트가 자신이 계획한 대로 진행되는 것을 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회사에 또 있을까요? 또한, 훗날 매니저가 되어 오일 메이저의 매니저들과 당당히 업무를 수행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십시오. 가슴 뛰지 않습니까? 이것이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가 가진 큰 장점입니다. 그렇기에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가 되라고 권하는 것입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엔지니어라면  누구보다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 장에서 언급한 대로 우리나라 플랜트업계에서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에 대한 관심은 지극히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발주처 매니저들도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자신들처럼 매우 중요한 상대로 여기고 상당한 대우를 해줍니다. 엔지니어들도 중요한 문제가 생기거나 발주 처와 협의할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엔지니어링 매니저를 찾습니다. 매니저의 중간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경영자도 프로젝트 현황을 알고 싶으면 엔지니어링 매니저에게 보고토록 합니다. 매니저가 가장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엔지니어링 매니저 선정이나 조직 구성에 소홀한 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최근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한 것입니다. 앞서 몇 차례 언급한 ‘부족한 설계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노력 그리고 시간이 걸리는데 비해 엔지니어링 단계에서 매니지먼트만 잘 해도 ‘실력 부족’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시작했고, 보완을 넘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정말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엔지니어링이 기술이라면 매니지먼트는 예술이다.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필자의 경험을 한 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필자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서울에 엔지니어링센터를 설립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해양플랜트의 호황으로 엔지니어링의 역할이 더욱 커져가는 중요한 시점이었기에 우리도 ‘설계능력’을 향상하여 설계 자립을 통해 외국 선진 엔지니어링 회사와 당당히 경쟁하겠다는 원대한 포석이었습니다.


당시 조직을 정비하면서 무엇보다 중점을 둔 조직이 바로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 팀이었습니다. 실무 경험이 많은 엔지니어링 매니저와 실력 있는 젊은 인재들을 여러 명 선발해서 한 팀으로 구성하여 실무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하였습니다.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엔지니어링 전반을 검토하고 지휘하는 매니저 본연의 업무에 전념함으로써 계획성 있게 업무를 리드할 수 있었고, 젊은 인재들은 엔지니어링 코디네이터(EC, Engineering Coordinator)라는 이름으로 공정 진도 확인 등 기본업무는 물론 각 설계 팀 간 조정 역할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경험이 많은 매니저와 젊은 엔지니어가 함께 매니지먼트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매니지먼트 노하우 전수와 함께 실무경험을 쌓도록 한 것입니다.


이 조직은 실제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상당한 효과를 얻었는데, 소통 창구 일원화와 신속한 업무처리에 대해 발주처에서 큰 신뢰를 보였고, 내부적으로도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조기에 조치함으로써 프로젝트에 후속 공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이는 관련부서의 신뢰로 이어져 이전보다 훨씬 부드럽게 업무 협조가 이루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엔지니어링 매니저와 EC는 해상 현장까지 파견을 나가서 시운전이 완료될 때까지 업무를 수행하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비록 규모가 큰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당시 회사가 수행한 프로젝트 중에서 무사고와 함께 공기 준수는 물론 비용과 품질을 모두 만족시킨 첫 번째 프로젝트로 기록되면서 타 프로젝트 팀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아울러, 당시 프로젝트를 수행한 EC는 엔지니어링 매니저와 함께 프로젝트 처음부터 완료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면서 많은 것을 직접 보고 배우는 귀한 경험을 하였는데, 이 경험을 통해 엔지니어링 매니저로 성장하는데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것은 단지 기술적으로만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이, 조직과 조직이 서로 협조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때로는 이끌며 때로는 도울 때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매니지먼트는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매니지먼트이며 이 매니지먼트를 이끄는 사람이 바로 엔지니어링 매니저입니다.



속히 엔지니어링 매니저와 매니지먼트 조직을 구성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은 상태에서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매니저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최근 대규모 명예퇴직으로 인해 고직급의 경력자들이 얼마 남아있지 않은 것도 매니저 선정에 어려움을 갖게 합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이상 프로젝트 경험이 있으므로 어느 정도라도 적합한 인원을 찾아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아울러, 적합한 엔지니어를 찾아서 매니지먼트 팀에 배속시켜 실무를 통해 양성한다면 수년 내 제대로 된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 조직이 효과를 발휘할 것입니다. 요즘 젊은 엔지니어들은 자질이 좋습니다. 영어실력이나 업무 속도를 보면 솔직히 지금의 매니저들보다 전혀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들이 업무의 방향을 알고 경험만 쌓으면 정말 빠른 시간에 실력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하나만 제대로 수행해도 상당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회사이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조직을 운영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업관리'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특정 프로젝트만을 위한 임시 조직으로서 '관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의 전문성을 배우기도 어렵고 조직원들은 자신들의 업무에 만족하지 못함은 물론 미래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인력 조정 시 일 순위가 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 조직도 동일한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조직을 구성하고 제대로 된 리더를 선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어느 회사든 경영자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당신은 엔지니어로서 당신의 업무에 만족하십니까?  

혹시 당신이 플랜트 산업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라면 자신의 업무를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은 엔지니어로서 당신의 업무에 만족하십니까?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필자가 종종 엔지니어들에게 묻는 것이 있습니다. 현재 본인이 하는 일에 만족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엔지니어링’이라고 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비교적 전문직으로 보이지만 막상 자신이 전문직이라고 생각하는 엔지니어들은 매우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엔지니어들이 자신들 본연의 업무인 엔지니어링보다 시공이나 품질관리 등 다른 분야의 업무지원 등에 정력을 소비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갖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필자 개인의 생각만이 아니라 플랜트 업계의 엔지니어링 부문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종종 엔지니어들에게 매니지먼트에 들어올 것을 권유합니다. 엔지니어에서 매니저로 변화할 것을 권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선뜻 나서지 않습니다. 어려움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 업무가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인정받는 직종이 아닐뿐더러, 수시로 만드는 보고서, 시도 때도 없는 회의, 치열한 기싸움, 때대로 쏟아지는 엔지니어들의 불만 등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많은 것 또한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십시오. 어렵기에, 아무도 하지 않으려 하기에, 그렇기에 오히려 발전 가능성이 아주 많은 블루오션이 아닐까요?  


실제로 매니지먼트 팀의 엔지니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업무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엔지니어 개인으로 수행할 때보다 훨씬 넓은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볼 수 있다는 것,  설계를 넘어 여러 관련부서들과의 협업을 통해 쌓는 다양한 인간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적인 오일 메이저의 엔지니어나 매니저들을 상대하면서 다양한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매니지먼트만이 경험할 수 있는 큰 기회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입니다.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날로 성장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직장인이기보다는 전문가로서 

느끼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십시오. '나는 엔지니어로서 만족하는가?'

최근 수년간 플랜트 산업계에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조만간 업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조차 어려운 상황은 플랜트 산업계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들의 마음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엔지니어라면 반드시 당신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당신의 자리에 그 누구도 앉을 수 없을 만큼 자신이 있는지 정말 깊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회사는 결코 대체 가능한 인력을 소중히 여기지 않습니다. 사회가 점차 개인화되면서 ‘조정(Coordination)’과 통합(Integration) 중요성은 점차 증가할 것입니다. 이 경력은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이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 바로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이고 이 조직의 중심이 바로 엔지니어링 매니저입니다. 


프로젝트의 일원으로서, 프로젝트가 자신이 계획한 대로 진행되는 것을 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회사에 또 있을까요? 또한, 훗날 매니저가 되어 오일 메이저의 매니저들과 당당히 업무를 수행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십시오. 가슴 뛰지 않습니까? 이것이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가 가진 큰 장점입니다. 그렇기에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가 되라고 권하는 것입니다. 


도전하는 자 만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엔지니어링 매니지먼트가 하는 일과 꼭 알아야만 하는 업무를 본격적으로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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