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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sk Aug 17. 2018

14.  입찰(Bidding)

[실무 2부] 01. Bidding Stage


'입찰(Bidding)'을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서 가장 '경쟁력 있는 금액'으로 발주처에 제출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경쟁력 있는 금액'이란 사실은 '가장 낮은 금액의 다른 표현'일 뿐입니다. 경기불황과 유가 하락으로 인해 수년 전부터 플랜트 프로젝트의 입찰에서 금액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다 보니 모든 업체가 금액으로 승부를 거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입찰 기간 모든 관심이 '금액'으로만 쏠립니다.

입찰을 통과하지 못하면 실행에서 우리 실력을 보여줄 기회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다르게 하면, 우리 기술력을 총동원해서 안전과 품질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최소의 비용으로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완수하여 발주처가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도록 인도하겠다는 것을 문서로 제출하고, 이에 대한 검증과 선택을 받는 매우 중요한 기회입니다. 단지 ‘싼 금액으로 잘하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우리(Bidder)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라는 것입니다. 


만일 금액만으로 업체를 선정한다면 플랜트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더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저임금을 무기로 입찰에 들어오는 중국이나 싱가포르 또는 동남아 인력들을 활용하는 선진 엔지니어링 회사들을 상대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장에서 잠시 살펴본 것처럼, 플랜트 프로젝트는 보통 계약금액이 수억 불에서 수십억 불로 매우 큰 규모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입니다. 발주처 입장에서는 아무리 금액이 가장 우선순위라고 해도 안전, 품질, 납기 준수 그리고 추가 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찰단계가 중요한 것입니다.

발주처가 비용보다는 우리가 가진 장점에 주목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 합니다. 입찰 과정을 단지 수주를 위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프로젝트 전 과정을 깊이 검토하고 적절한 수행 계획(Plan)을 세울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준비단계로 활용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 2부에서는 입찰단계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에 앞서 먼저 입찰 단계를 알아보고 입찰 준비과정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들을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발주처는 프로젝트의 입찰단계를 크게 세 단계로 구분하여 진행합니다. 

먼저 입찰 전에 Potential Bidder를 선정하는 과정, 그리고 선정된 Potential Bidder에게 입찰초청서(ITB, Invitation to Bidder)를 발행하고 Bidder로부터 접수된 입찰제안서(Bidder’s Proposal)의 기술 조건을 검토(Technical Review & Clarification)하는 과정, 마지막으로 기술 조건을 만족하는 Bidder들을 대상으로 입찰금액(Cost)을 검토한 후 최종 계약자를 선정하는 단계입니다. 물론 발주처의 성향에 따라 일부 단계는 동시에 또는 세분되어 진행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아래는 단계별로 이루어지는 일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도식화한 것입니다. 

입찰단계 


파란색 글자로 표시된 부분이 Bidder와 직접 관련 있는 단계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발주처에서 진행합니다. 앞으로 발주처에서 진행하는 단계는 제외하고 Bidder와 직접 관련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프로젝트 계약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우선 Potential Bidder를 선정하기 위한 1단계는 대부분 발주처 자체적으로 진행되어 EPC 업체에서는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2단계인 ITB 발행 이후부터 3단계인 최종 계약자 선정까지 걸리는 기간이 EPC 업체와 직접 관련되는데, 일반적으로 ITB를 Issue 후 3~4개월 안에 Bidder가 Proposal을 제출하도록 요구하며, 접수된 Proposal의 기술 조건 검토 및 확인 과정에 약 3~4개월, 마지막으로 Commercial Clarification 및 최종 계약자 선정까지 2~3개월 정도로 총 9~12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필자가 엔지니어링 매니저로서 직접 수행했던 프로젝트의 입찰 기간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입니다. 


입찰단계별 소요시간


그래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프로젝트가 시장에 나온 후 최종 계약자 선정까지 약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얼핏 보면 충분한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실제 입찰 업무를 수행해보면 이 1년이 절대 길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특히 Bidder가 전적으로 준비하는 입찰 제안서(Proposal) 준비 기간이 4개월로 제한되어 있는데, ITB의 Project Requirement를 모두 검토하고, 프로젝트의 수행 가능성을 전략적으로 검토와 수행계획을 수립하는 과정, 그리고 수많은 장비의 Vendor로부터 각종 장비의 구매 기간 및 비용 등을 받아 프로젝트 비용을 산정하는 등 많은 과정을 거치려면 사실 4개월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런데도 발주처 요구 일자에 맞추어 준비하려면 입찰에 투입되는 인원들은 이 기간 동안 어쩔 수 없이 휴일도 반납하고 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제안서를 제출하고 나면 Clarification이라는 이름으로 발주처에서 온갖 질의를 하는데, 이 기간 또한 Bidder들에게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시간입니다. 어떤 질문이나 자료를 요구할지, 어떤 수준의 답변을 준비해야 할지 등 발주처 성향에 따라 대응방법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발주처의 전략을 이해하지 못해 대응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따라서 Proposal을 준비할 때부터 회사의 전략이 잘 반영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입찰을 준비하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장에 나온다고 할 지라도 입찰 과정에서 1년, 이후 설계과정에서도 최소 1년 이상 소요되므로 제작 또는 설치 현장에서는 최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업무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업무량을 사전에 고려하여 입찰에 반영해야 합니다. 외부적으로는 장비 구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1년 후, 그리고 현장업무가 본격화할 2년 뒤 세계 경기와 시장의 상황 등을, 내부적으로는 엔지니어링 단계와 시공단계의 인력 수급 문제 등을 자세히 검토해야 합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프로젝트 비용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플랜트업계의 먹거리가 부족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회사의 전략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말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대로 입찰을 위해 우리에게는 약 1년이라는 기간이 주어집니다. 물론 제안서를 잘 만들어서 제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실제로 프로젝트 수행방안을 입찰 기간에 수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수행 조직이 입찰부터 참여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나 엔지니어링 매니저 등 실제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매니저들이 초기부터 자신들의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회사들을 보면 입찰 기간에는 영업부에 일임하다시피 하다가 막상 수주하면 그때야 부랴부랴 조직을 구성하고 프로젝트 Study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즉, 입찰 조직 따로 수행 조직 따로이다 보니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함은 물론 입찰 기간 벌어진 일들이 제대로 전달될 수가 없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니 인원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이제부터는 제대로 조직을 구성해야 합니다.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시작만 하면 이미 절반은 이루었다는 뜻이지만, 그만큼 시작이 중요하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입찰단계에 너무나 잘 들어맞는 속담이라 생각합니다. 입찰 과정에서 얼마나 준비를 잘하느냐에 따라 실제 프로젝트의 수행에 큰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1년이라는 입찰 기간을 단순히 입찰만을 위한 기간이 아니라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사전 준비의 기회로 삼는 지혜를 발휘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지극히 '당연'한 말로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당연'하게 적용되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매니지먼트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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