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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sk Aug 22. 2018

18.  엔지니어링 비용

[실무 2부] 05. Engineering Cost Estimation 

외국의 선진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의 인원 동원 계획을 보면 전체 인원 중 약 20~30% 정도가 매니지먼트 인원입니다. 보통 90% 이상이 엔지니어 비용이고 나머지를 소위 '관리 인력'으로 산정하는 우리의 방식과 너무 달라서 당황했지만 이해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매니지먼트의 중요성과 효율성을 잘 알고 실제로 반영하는 그들의 문화가 부러웠습니다.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안서(Proposal)에 포함되는 내용과 함께 엔지니어링과 직접 관련이 있는 기술 사항 즉, Technical Proposal 작성하는 것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지금까지 설명드린 내용이 전부는 아니며, 발주처나 프로젝트의 특성에 따라 특별히 요구되는 사항들이 있음을 설명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만 제대로 알고 준비한다면 8부 능선을 넘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기술 사항에 대한 내용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이제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수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비용(Cost) 중에서 엔지니어링과 관련된 Cost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ngineering Cost를 산정하는 방식이나 주관 부서는 회사마다 약간씩 다를 수 있습니다.

회사마다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방식이나 조직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원가 체계가 다른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느 부서에서 주관하더라도 나름대로의 산출 기준이나 방식이 정해져 있다면 크게 문제가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제 경험으로는 엔지니어링 업무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다 보니 엔지니어링 부서에서 산출하는 것이 아무래도 효과적일 것입니다. 실제 제가 속한 회사에서도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산출하는 것으로 업무가 분장되어 있습니다.


여하튼, 어느 부서에서 산출하든, 엔지니어링에 관련된 비용은 재료비와 노무비 그리고 경비 이렇게 세 가지로 구성되는 것은 동일합니다.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엔지니어링 비용 구성



1.    재료비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원자재와 장비(Equipment)의 구입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며 자재비라고도 합니다. 여기서 프로젝트에 소요된다는 말은, 실제 제작 후 발주처로 인계되는 물건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면, 제작을 위해 임시로 사용되거나 제작기간 동안만 사용하고 발주처로 넘겨주지 않는 자재는 포함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용접봉, Scaffolding 등은 가설재 또는 소모성(Consumable) 자재로 분류하고 별도 비용으로 편성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자재의 종류에 대해서는 뒤에서 나올 Procurement Work에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지만, 참고로, 자재는 크게 RFQ Material과 Bulk Material 이렇게 두 가지 구분합니다.(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대부분 이렇게 표현합니다.) 


먼저 RFQ Material은 장비의 특성이나 구매 방식에 따라 Package와 Tagged Material로 구분하거나, 회전기(Rotating Machinery)와 고정식 장비(Staitionary Equipment)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Rotating Machinery에는 Turbine, Compressor, Motor 등이 Staitionary Equipment에는 Vessel, Scrubber 등 압력용기 등이 해당됩니다. 


그리고 Bulk Material은 원자재(Raw Material)와 원자재를 1차 가공한 것으로 구조물 제작을 위한 Plate와 형강(Beam), 배관용 Pipe와 Flange 및 Fitting류 그리고 전계장 Cable 등이 포함됩니다.


자재의 종류에 대해서는 뒤에서 나올 Procurement Work에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재료비를 산정하는 방식은 간단합니다.

먼저 프로젝트에 투입되어야 할 자재를 종류별로 물량을 산출하고 산출된 물량에 가격을 곱하면 자재별 비용이 나오고, 이 비용을 모두 더 하면 자재비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가격은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고 검토를 해서 적절한 금액을 반영하는 것은 모든 회사가 비슷한 절차로 수행하기 때문에 따로 설명을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물량 산출 기준입니다.

영업을 주관하는 쪽에서는 수주에 유리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비용을 낮추어야 하기 때문에 재료비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앞서 세계 시황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재료비가 프로젝트 비용의 약 40% 이상으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물량 산정을 주관하는 부서는 회사의 정책이기 때문에 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부문에서 주관하느냐에 따라 입찰단계에서 혹은 실행단계에서 치열한 대립은 피할 수 없습니다. 수주가 최대 목표인 영업부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재료비를 최소한으로 반영하기를 바라지만 실행하는 부서, 즉 엔지니어링에서는 재료비가 부족하면 자재를 구매할 수 없다 보니 어떻게든 이 비용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합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양 부서 간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겠지요.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문제이지만 양 부서가 충돌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부서가 문제일까요? 아니 어느 것이 올바른 선책일까요? 사실 이 문제는 정답이 없을 것입니다. 시황이나 회사의 일감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다시 말하면 영업이나 엔지니어링 부문 자체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영업부에서는 수주 가능성을 이유로 엔지니어링에게 물량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엔지니어링에서는 마지못해 눈치껏 물량을 줄여서 통보하는 불필요한 일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답은 간단합니다.

어디서 물량을 산출하든지 최대한 정확히 산출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제작 시 사용될 여분의 자재 즉 Contingency 물량을 최소한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꼭 필요한 자재를 누락하면 절대 안 되지만 반대로 마진을 많이 가져도 안됩니다. 이렇게 정확하게 산출된 물량을 가지고 비용을 산출한 후 최종 얼마를 반영할 것인가는 경영자가 결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적자 수주이든 얼마의 이윤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결국 경영자가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실무자가 해서도 안되지만, 아랫사람들이 알아서 정리해 오면 싸인만 하고 나중에 문제가 불거지면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경영자로서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아닙니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너무도 지켜지기 않기 때문입니다.



2.    노무비

노무비는 간단히 말해 해당 프로젝트에 엔지니어링 업무를 위해 투입되는 인원들의 인건비라고 생각하면 무리 없습니다. 보통 인원 동원 계획(Manpower Mobilization Plan)을 세우고 그에 따라 소요되는 비용을 산출하면 됩니다.


조금 더 세분화하면 회사마다 산정하는 기준이 조금씩 다른데, 엔지니어링을 총괄하는 엔지니어링 매니 니 먼트와 공종별 엔지니어의 인건비가 기본이지만 일부 회사는 시스템 관리 인원들까지 모두 포함하기도 합니다. 일부 계산업무나 도면 작성을 위해 외부 업체에 의뢰하는 비용을 노무비에 포함시키는 회사도 있습니다. 노무비 역시 재료비와 마찬가지로 적정성을 판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모든 회사가 각자 특성에 맞추어 산정방법을 가지고 있으므로 여기서 다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원 동원 계획(Manpower Mobilization Plan)은 비용과 관계없이 엔지니어링 운영에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3부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상세히 알아볼 예정입니다.


인원 동원 계획 관련하여 한 가지 참고할 만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얼마 전 입찰 중인 프로젝트의 엔지니어링 업무를 위해 외국의 선진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로부터 견적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인원 동원 계획을 보면 전체 인원 중 약 20~30% 정도가 매니지먼트 인원이었습니다. 한두 군데만 그런 것이 아니라 견적을 받은 업체 전체가 비슷한 비율을 보였습니다.  보통 90% 이상이 엔지니어 비용이고 나머지를 소위 '관리 인력'으로 산정하는 우리의 방식과 너무 달라서 당황했지만 이유를 이해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매니지먼트의 중요성과 효율성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깊이 검토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비용은 직접비와 간접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직접비는 전적으로 해당 프로젝트에만 투입되는 비용이며 간접비는 특정 프로젝트와 상관없이 고정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직접비에는 재료비, 현장 작업자 비용 등이 해당되며, 간접비에는 시설비용(운영비, 감가상각비 등)과 지원부서의 인원 비용 등이 있습니다. 


노무비는 어디에 포함하는 것이 좋을까요? 직접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간접비에 해당하는지에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디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엔지니어링팀의 업무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엔지니어링 인원들이 특정 프로젝트만을 수행하는 전담조직으로 운영된다면 있다면 당연히 직접비로 산정해서 프로젝트 Cost에 포함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회사의 경우 대부분 매트릭스 조직(프로젝트 조직과 기능 조직의 혼합)으로 운영되다 보니 구분하기가 상당히 애매한 것이 사실입니다. 프로젝트 전담조직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은 업무량에 따라 특정 프로젝트 하나가 아닌 두세 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 경우 실제 투입하는 시간을 구별하기가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엔지니어들은 특정 프로젝트의 수주 여부와 관계없이 회사에서 유지해야 하는 인력들입니다. 따라서 제 경험으로 볼 때, 엔지니어링 팀을 프로젝트 전담조직으로 운영하지 않는 이상 간접비로 책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간접비로 한다고 해서 비용이 적게 책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에서 노무비 산정을 위해 들이는 시간을 상당 부분 절약하고 프로젝트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엔지니어링 인원동원계획



3.    경비

앞서 언급한 재료비와 노무비를 제외하고 엔지니어링 업무를 위해 소요되는 기타 비용을 묶어서 경비로 구분합니다. 경비에는 다양한 종류의 비용이 포함되는데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계산 또는 도면 외주 용역 비용 (노무비에 포함하는 경우도 있음)

        2)  Special Study 비용

               – HAZOP 등과 같이 제3의 전문업체 (3rd Party)에서 수행해야만 하는 비용

        3)  엔지니어링 용역비용 

               – 자체 수행이 안 되어 외부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에 일괄로 도급을 주는 경우

                  (해양플랜트의 경우 대부분 여기에 해당)  

        4)  엔지니어링 파견 및 출장 비용

               – 외부 용역을 줄 경우 엔지니어를 엔지니어링 회사에 파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 일체

                  (비자 취득, 숙박비, 체재비, 휴가비 등)

        5)  소프트웨어 구입비용

               – 3D Modeling 등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 구입 또는 유지 보수비용 

        6)  문서 관리 비용

               – 문서관리 시스템 운영 및 Final Dossier 작성 등 에 필요한 비용

        7)  기타



이상으로 엔지니어링 비용인 재료비, 노무비 그리고 경비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비용은 프로젝트 수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기술사항보다 훨씬 중요한 사항일 수도 있으므로 비용 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추가로,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은 팁을 소개합니다.

엔지니어링 비용 산정방법에 대한 EPC 업계 나름대로의 정설이 있는데 5% 룰이라고 합니다. 재료비를 제외하고 노무비와 경비를 합한 엔지니어링 비용이 프로젝트 전체 비용의 5%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룰은 실제로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입찰 금액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최근 들어서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 비율이 점차 높아져 10%에 근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략 7~8% 정도를 차지한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프로젝트 특성이나 회사의 전략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참고해야 합니다. 


참고로, 해양플랜트의 경우 엔지니어링을 외국의 선진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에 의뢰하면 이 비율이 조금 더 높을 수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해양플랜트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점이기도 합니다.

설계 자립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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