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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sk Aug 27. 2018

잠시 쉬어가며...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인력감축을 바라보며...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가 2000여 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일감이 바닥난 상태에서 유휴인력을 통째로 줄이겠다는 극단적 조치다. 현대중공업 희망퇴직은 조선업 침체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하지만 사업본부 소속 거의 모든 직원이 대상이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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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희망퇴직과 조기정년 신청을 받기로 했다. 희망퇴직 대상은 해양사업부(해양공장) 소속 5년 차 이상 모든 직원이다. 최근 5년 사이 신입 직원이 거의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사업부 전체가 희망퇴직 대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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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인력 구조조정은 하반기에 더욱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2016년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 이행을 위해 연말까지 최대 2000여 명을 줄여야 한다. 삼성중공업은 일단 무급 순환휴직 도입안을 제시한 상태다.  13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도 적어도 1000여 명 이상 인력을 구조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욱성 대우조선해양 관리본부장(부사장)은 지난 6월 간담회에서 "향후 매출 감소를 감안해 올 3분기 말쯤 인력 수급에 따라 이행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비즈니스워치,http://news.bizwatch.co.kr/article/industry/2018/08/23/0026)


글을 쓰는 중에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에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미 수차례 구조조정을 통해 많은 인원이 자리를 떠났는데 그나마 남아있는 얼마 안 되는 인원조차 감축한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인원 감축이 현대중공업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이 정말 이렇게 끝나는 건가?'라는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안타까운 저의 마음을 적어봅니다.



지난 8월 24일, 인터넷 뉴스 면을 뒤덮은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의 희망퇴직과 조선업계의 인력 구조조정 소식입니다. 지난 한두 달 전부터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가 40개월째 수주를 못 하고 있고, 확보된 일감이 없어 유휴 공장을 매각한다는 소식에 이어 본 공장마저 가동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인터넷 뉴스 면을 장식하더니 이제 결국 인력 구조조정을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기사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해양사업 대표는 지난 23일 담화문에서 "현대중공업이 일감이 없어 해양사업을 접는다는 소문이 국내외에 파다하고 고객사들의 확인요청이 이어지고 있어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해양사업본부를 최소한이나마 유지할 수 있도록 특별한 조치를 취하고 신규 수주에 필요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비상상황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인력감축을 위한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비효율 요소도 과감히 제거하고 기술 중심의 공사수행력 향상으로 수주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불필요한 장비나 유휴부지 매각을 통해 시설은 많이 줄여왔기 때문에 이제는 인건비 줄이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상황이 너무 안 좋은 것만은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인력감축만이 최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신규 수주에 필요한 경쟁력 확보'는 무슨 뜻일까요?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근속 5년 차 이상은 희망퇴직을, 근속 15년 차 이상이며 45세 이상은 조기정년이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합니다. 희망퇴직 대상자가 5년 차 이상이라면 대체로 대리급으로 이제 업무에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한 엔지니어들입니다. 이제부터 어느 정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45세면 대부분 15년 이상 경험을 가진 분들로 발주처에서 최소한으로 요구하는 리더급 자격을 가진 분들입니다. 


이미 지난번 세 차례에 걸쳐 수천 명이 자리를 떠나고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인력마저 감축하겠다고 합니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얼마나 남게 될지 모르겠지만, 도대체 이렇게 '사람'을 내보내고 '수주에 필요한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도 '현대중공업이 일감이 없어 해양사업을 접는다는 소문이 국내외에 파다하고 고객사들의 확인요청이 이어지고 있어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말을 합니다. '회사가 어렵다' 그래서 '시설을 줄였다' 그리고 이제는 '사람까지 줄인다'는 것을 회사가 앞장서서 온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누가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걸까요? 이렇게 회사 스스로 부정적인 기사로 뉴스를 덮으면서도, 발주처들이 어떻게 볼 것인지는 고려 대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


플랜트 사업, 특히 해양플랜트 사업은 '시설'과 '사람' 그리고 '조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EPC 엔지니어링은 '사람과 조직'이 하는 것입니다. 개개인의 경쟁을 통해 기술이 발전하는 분야가 아닙니다.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구성원 간 협업이 더욱 중요한 분야입니다.  그리고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는 물론 선후배 간 기술이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분야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수년 전부터 산업계에 불어온 '성과평가제'라는 이름으로 엔지니어에 대한 냉정한 상대평가, 평가 결과의 성과급 연계 등 불합리한 인사평가제도로 인해 모두가 '협업'을 통한 기술 이전이 아닌 '개인'의 성과에만 치중하면서 플랜트 업계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들의 업무 만족도는 물론 조직력까지 와해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남아있는 얼마 안 되는 인력까지 감축한다면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기사 말미에 언급된 것처럼, 단지 현대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에서도 수천 명씩 감축한다면 우리나라 해양플랜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우선 직영 인력을 줄이고 수주하게 되면 외주나 계약직으로 충원하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장이 살아나면 그때 다시 충원하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위험한 생각임을 많은 경험을 가진 회사에서 절대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혹시 항간에 도는 소문처럼 정말 해양플랜트 사업을 접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인재 유출을 막고 오히려 키워야 합니다. 시장이 살아난다면 지금 인력으로는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이유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사람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싶어서'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사람'이었고, 그 '사람'을 양성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입니다. 지금 눈앞의 현실도 중요하지만, 플랜트 시장의 미래를 대비하고자 함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소중한 '사람'을 더 감축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안타까움을 넘어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이제라도 멈추어지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사람'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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