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Oil & Gas Plant Site
원유나 가스를 뽑아내면 정제 과정을 거쳐 일부는 자동차나 발전소를 가동하는 연료로 사용하고, 또 일부는 석유화학 공정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만듭니다. 이 과정에 필요한 설비를 Oil & Gas 플랜트라고 하는데, 발전소를 짓는 발전플랜트와 구별하여 보통 화공플랜트라고도 합니다. 플랜트 산업은 프로젝트 금액이 보통 수억에서 수십억 달러로 규모가 매우 클 뿐 아니라, 엔지니어링과 자재 구매, 시공 그리고 시운전등 플랜트를 완공하기까지의 공정 또한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춘 회사가 아니면 함부로 뛰어들지 못하는 시장입니다.
원유나 가스가 생산되는 곳은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남미, 호주, 북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는데, 대부분 사람이 사는 곳과 떨어진 열악한 오지입니다. 우리나라 플랜트 업계에서 수행하는 프로젝트도 대부분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사막 한복판 아니면 동남아 바다 한가운데 몰려있습니다. 물론 FPSO 등 Floating Type(보통 10,000m 이상의 심해에서 채굴하는 선박 형태의 설비)은 북해나 멕시코 등 바다 한가운데에서 설치되기는 하지만 조선업체에서 제작한 후 현장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현장이라는 개념이 조금 다릅니다.
해양플랜트와 육상플랜트
플랜트가 위치하는 장소에 따라 해양플랜트와 육상플랜트로 구분하지만, 설비의 목적은 같습니다.
해양플랜트는 바다라는 특성상, 원유나 가스를 뽑아서 불순물이나 수분 제거 등 간단한 공정(Process)만 거친 후 육지로 보내주는 설비 정도만 바다에 설치하기 때문에 육상플랜트보다 규모가 적습니다. 또한 설비도 대부분 육상에서 제작한 후 현장으로 운반해서 설치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작업하는 기간은 보통 수개월 정도로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한된 공간에 많은 설비를 설치하다 보니 설계와 제작이 매우 까다롭고, 거친 바다에서 설치 작업을 하므로 작업의 난도는 육상플랜트보다 훨씬 높고 위험합니다.
반면, 육상플랜트는 원유나 가스를 뽑는 설비뿐 아니라, 정제 설비(Refinery Plant) 설비와 석유화학(Petro-Chemical Plant) 등의 모든 플랜트를 육상에 설치하기 때문에 해양플랜트보다 종류도 다양하고 규모도 큰 편입니다. (Refinery Plant, Petro-Chemical Plant 등의 공정 설명은 생략합니다)
플랜트 특성
플랜트는 목적에 따라, 규모에 따라 매우 다양한 특성이 있습니다.
먼저, 규모에 따라 하나의 프로젝트로 건설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여러 개의 Package로 나누어 수행하는 경우도 있고, 기존 플랜트에 추가로 설치하거나 새로 플랜트를 건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플랜트 공정(Process)에 따라 설치되는 설비의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이렇다 보니 설계나 장비 구매, 시공은 물론 시운전까지 전 과정에서 발주처의 승인을 받는 등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만 합니다.
또한, 어떤 프로젝트도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기름이나 가스를 뽑으면 반드시 보내주는 곳이 있고, 받아서 정제한 후 또 보내주는 곳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해도 여러 회사가 연관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러 회사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보니 문제가 생겨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처럼 많은 변수를 가진 것 산업이기 때문에 플랜트 사업은 리스크가 매우 큰 사업입니다.
우리나라 플랜트 업계
우리나라에서 플랜트 사업을 하는 회사를 보면, 육상플랜트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 한화건설 등의 건설회사와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등 엔지니어링 회사, 그리고 해양플랜트는 세계 빅 3 조선회사로 불리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그리고 대우조선해양 등으로 모두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기업들입니다. (참고로 현대중공업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육상과 해양플랜트를 모두 수행하는 회사입니다) 프로젝트 금액이 보통 수억에서 수십억 달러로 규모가 매우 크다 보니 자금력이나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이 아니면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중반에 우리나라 건설업체가 중동 플랜트 산업에 뛰어든 지 어느덧 40년 이상 지났지만, 대부분 시공에만 주력하다가, 2000년 이후부터 육상플랜트에서 먼저 Turn key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본격적으로 EPC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됩니다.
덕분에, 제가 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한복판에 있는 것처럼, 지금 이 시각에도, 누군가는 저 페르시아만 바다 한가운데서, 그리고 누군가는 동남아의 열악한 오지에서 수고하는 우리 엔지니어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을 응원하며, 현장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박성규)
현장을 경험한 엔지니어와 그렇지 않은 엔지니어의 역량은 많은 차이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엔지니어가 현장을 경험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에 사진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도록 저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조금이나마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큰 기쁨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