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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sk Feb 06. 2019

플랜트에 활력을, 전기

[12] Electrical


장비를 연결하는 배관작업이 한창 진행되면서 이제 점차 전기(Electrical) 작업도 시작됩니다.


이때면, 각종 장비의 설치 마무리는 물론 배관 설치작업과 전기 케이블 작업이 뒤섞이면서 이제 진짜 현장 다움(?)을 볼 수 있습니다. 점차 현장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면서 모두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그동안 누적된 피로가 몰려오며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시기로, 사소한 것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사고가 가장 염려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전기 시공은 크게 현장의 전원을 공급 또는 조절을 위한 장비, 즉 Transformer, Switch Gear 그리고 MCC(Motor Contro Center)Panel 등을 설치하는 일과 현장 전체를 관통하는 케이블을 설치하는 일이 주 작업입니다. (프로젝트에 따라서는 발전기(Generator)를 설치하여 직접 발전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발전기는 주로 기계에서 다룹니다)


장비는 대부분 전기실(Substation) 내부 혹은 전기실 근처에 설치되며, 이 장비(Equipment)와 현장에 설치된 각종 기기류(Instrument)의 운전이나 플랜트의 밤을 밝히기 위한 가로등(Lighting)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케이블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전기실(Substation)과 근처에 설치된 변압기(Transformer)



전압이 높은 케이블은 지중(땅속)에 매설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케이블이 지나는 길을 따라 콘크리트로 길(Cable Trench)을 만든 후 바닥에 모래를 깔고 그 위에 케이블을 설치합니다. 이 길이 다른 도로를 가로지르는 경우 차량 무게로 인한 케이블 손상을 막기 위해 케이블 콘크리트 구조물에 구멍을 내고(Duct Bank)로 케이블이 지나도록 합니다.



Duct Bank로 케이블이 지나는 모습


비교적 전압이 낮거나 구조물 위에 설치된 장비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구조물(Structure)에 케이블이 지나는 길(Tray)을 만들고 케이블을 설치합니다. 고압선에 비해 얇고 가볍기는 하지만 구조물을 타고 각종 장비와 배관을 피하고자 구불구불하게 설치된 Tray에 설치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닙니다.  



Cable Pulling

케이블 설치 작업을 Cable Pulling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전선이 감겨있는 Cable Drum에서 케이블을 끌어서 Cable Trench에 설치하는 것을 말합니다. 케이블을 여러 층(Layer)으로 쌓는데, 케이블이 서로 전기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층마다 반드시 모래를 넣어 분리하여 줍니다.


추가 케이블을 설치하기 전에 케이블위에 모래를 덮은 모습



전기용 케이블은 일반 가정용과 달리 굵고 무겁기 때문에 한두 명으로는 끌 수 없기 때문에 케이블 굵기에 따라 수십 명이 한 조로 편성되어 작업합니다.


케이블을 당길 때마다 박자를 맞추기 위해 운동회에서 줄다리기할때 여~영차 여엉~차 하며 박자를 맞추듯 추임새를 넣는데 이 추임새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추임새는 현장마다, 작업하는 조마다 약간씩 다른데 자신들이 선호하는 구호가 있습니다. 여하튼 글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아주 재미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현장에서는 처음 설치 작업을 이벤트로 삼아 사무실 직원을 포함한 전 관리자들이 함께 Cable Pulling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약 100여 명 이 동시에 투입되어 한나절 작업해서 겨우(?) 500여 미터 정도 끌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케이블 굵기가 약 10cm 정도 되는 Power cable로 무겁기도 하지만 모두 경험이 없는 관리자들이다 보니 추임새도 맞지 않고 설치 작업도 영 서투르니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그래도 하나의 이벤트로 모두 즐겁게 지낸 기억이 납니다.


Cable Pulling 하는 모습



이렇게 끌고간 케이블은 중간중간에 각자의 위치로 나누어지게 되는데, 일부는구조물에 설치된 장비에 연결하기 위해 구조물을 타고 올라가기도 합니다. 



Cable Termination

케이블 야외에 설치된 장비 근처에 설치된 패널(Panel)이나 건물에 설치된 Cabinet까지 끌어다 놓으면 Cable Pulling 작업은 마무리되고 이제 Panel에 연결하는 작업만 남습니다.


연결작업 전에 케이블이 제대로 설치되었는지, 설치 도중에 손상은 없는지 등 확인을 하는데 이것을 절연저항(Megger Test)라고 합니다. 이 테스트에서 문제가 없으면 이제 연결(Termination)작업을 시작합니다.


이 작업을 Cable Termination이라고 하는데, 한 가닥 한 가닥 일일이 확인하면서 연결하려면 이 작업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수전(水電, Power Supply)

이렇게 모든 케이블의 연결 작업을 완료하고 각종 전기 장비의 점검까지 마치고 나면 드디어 전원을 공급받을 준비가 완료됩니다.


현장에 전력이 공급되는 것을 전기를 받는다는 뜻으로 수전(水電)이라고 하며, 영어로는 Power Supply(현장마다 약간씩 다르게 사용)라고 합니다. (참고로, 해양플랜트는 Yard에서 제작 후 시험운전을 하기때문에 임시로 전원을 사용하게되는데, 육상 전원을 임시로 공급한다는 의미에서 이를 Shore Power라고 합니다.)


현장에서는 이 날짜를 하나의 Milestone으로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 날짜를 기준으로 현장 작업 환경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이 작업을 운전과 동시에 작업을 하는 업무라고 해서 SIMOP(Simultaneous Operation)이라고 하며 별도의 작업 절차를 적용합니다. (시운전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현장 작업이 통제되는 몇 가지 중요한 이벤트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가스 또는 오일이 들어오는 일정입니다. 하지만 이는 플랜트가 완공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시공 작업은 대부분 마무리된 이후입니다. 하지만 전력은 다릅니다. 전원이 공급되어야만 각종 장비의 시험운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한창 시공 작업이 진행되는 도중에 전력이 들어와야만 합니다.  

전기실내 Panel에 전기 위험을 알리는 경고문


고압의 전기를 전기실(Substation)에서 받은 후 변압기(Transformer)를 통해 전압을 낮춘 후 현장에 설치된 장비로 공급하기 때문에 고압은 아니지만, 전기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에 전기 케이블이 지나는 모든 구간은 물론 전원이 공급되는 모든 장비의 작업이 통제되기 시작합니다. 작업 허가도 매우 까다로울뿐더러 허가 없이는 사람의 접근은 물론 아무런 작업도 할 수 없습니다. 단지 케이블 작업뿐 아니라 근처의 장비나 배관 작업 또한 제한을 받기 때문에 전원이 공급되기 전에 최대한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ower Cable이 설치된 Trench와 안전 Fence


현장 시공 입장에서는 작업 일정이 부족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늦어지다 보니 어떻게든 전원 공급 일정을 늦추려고 하지만, 한편에서는 전원이 공급되어야만 가능한 작업도 있다 보니 최대한 빨리 전원을 받으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담당 팀 간에 약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이 과정을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만...


전기는 케이블을 설치하는 것이 주 업무라고 한마디로 간단하게 말씀드렸습니다만, 사실 이 작업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케이블을 설치하다 보면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도면과 맞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잘못 설치한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이 경우 케이블을 거둬들인 후 처음부터 다시 설치하려면 여러 층으로 설치된 케이블을 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아주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가끔은 아예 케이블을 새로 한 가닥 추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케이블이 여유가 있을 경우이지만...       


현장 야경



이렇게 케이블이 모두 설치되고 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행사가 바로 구조물과 가로등의 불을 밝히는 것입니다. 구조물에 불이 들어오면서 비로소 현장의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습니다.


불을 밝히는 날, 점등식을 열고 간단한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노고를 격려하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물론, 앞으로도 남은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기를 함께 기원하면서...


야경과 함께 현장의 밤이 깊어갑니다.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박성규)



현장을 경험한 엔지니어와 그렇지 않은 엔지니어의 역량은 많은 차이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엔지니어가 현장을 경험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에 사진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도록 저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조금이나마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큰 기쁨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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