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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sk Feb 17. 2019

플랜트의 신경, 계장

[13] Instrumentation & Control

계장 팀 업무는 기계나 배관 등 다른 시공팀과는 매우 다릅니다.


기계나 배관 등 현장 일들이 대부분 눈에 보이는 일이지만 계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일(Software)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계장팀을 영문으로 Instrument라고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Instrument & Control(ICT)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한편으로 계장팀은 전기와 공통점이 많아 항상 전기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전계장팀으로 조직이 구성됩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케이블이라는 공통점 이외에는 다른 점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한 팀이라 해도 실제로는 분리된 조직과 마찬가지로 일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먼저 계장팀에서 하는 일을 간단히 정리하면,

    - 중앙 제어실(Control Room) 내에 Control System(PCS 또는 DCS) 장비 설치 (Cabinet 등)

    - 현장(Field)에 각종 계측용 기기(Field Instrument) 설치

    - 중앙 제어실에 설치된 Cabinet과 현장 계기를 연결하는 케이블 설치(전기와 동일)

    - 각종 화재 및 Gas 감지기(Detector) 등 설치

    - Tubing 설치


이렇게 물리적인 설치 작업을 마치고 나면 제대로 설치되었는지, 동작은 제대로 하는지 등 확인하는 작업을 합니다.  

    - Loop Test (중앙 제어실과 현장 계기를 연결하는 케이블이 제대로 설치되었는지 확인하는 작업)

    - Popping Test (PSV 분출 압력시험 - 안전밸브 오작동 여부 확인, 전문업체가 현장에 상주하며 수행)

    - Function Test (Control System에서 제어하는 대로 동작을 하는지 확인하는 Test)


이 업무들은 주로 시운전(Commissioning)을 위한 사전 업무라는 의미로 Pr-commissioning이라고 하며, 보통 시공팀과는 다른 별도의 팀에서 작업을 주관합니다. (다음 시운전 편에서 다시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Field Instrument

플랜트 곳곳에 설치되어 측정과 제어용 계기들 즉, 온도 측정용 계기(Temperature Gauge와 Temperature Transmitter), 유량 측정용 기기(Level Gauge와 Level Transmitter) 그리고 압력 측정용 계기(Pressure Gauge와 Pressure Transmitter)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종 Room이나 Field 곳곳에 설치되어 화재나 가스 누출을 감지할 수 있는 Fire Detector나 Gas Detector 등도 계장에서 설치합니다. 이외에도 많은 수량은 아니지만, 유체의 흐름을 측정하기 위한 Flow meter도 있으며, 각종 Control Valve를 다루기도 합니다.


이처럼 계장에서 다루는 계기가 많다 보니 업무도 매우 복잡합니다. 계기의 종류와 수량도 많지만, 계기 자체가 온도나 습도 등 환경에 매우 민감하기에 보관이나 설치 등 다루기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계기는 적정한 온도(항온)와 습도(항습)가 유지되는 별도의 장소에 보관해야 합니다.


플랜트 곳곳에 설치된 각종 계측장비



밸브를 제어하기 위해, 압력을 측정하기 위해 설치된 계장품


계장 케이블(Cable)

장비와 계기를 설치하는 업무 외에도 계기를 제어하기 위해서 Field Instrument와 중앙제어실(CCR, Central Control Room)에 설치된 Cabinet 간에 케이블을 연결해야 합니다. 전기와 달리 계장 케이블은 일부 장비용으로 사용되는 케이블 이외에는 대부분 계측 장비를 동작하기 위한 신호(Signal)를 주고받거나 공기(Air)를 공급하는 용도이기 때문에 굵진 않지만 케이블 가닥 수가 매우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케이블 마무리 연결(Termination) 작업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현장에 설치된 기기가 제대로 동작을 하려면 케이블이 제대로 연결되어야만 하므로 기기마다 일일이 테스트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운전할 때 밸브를 여는 신호를 보냈는데 닫는다거나 A에 신호를 넣었는데 B가 동작하는 등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플랜트의 신뢰성이 무너지게 되어 운전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케이블이 연결된 모든 계기는 반드시 제대로 연결되었는지 확인을 하는데, 이를 Instrument Loop Check(Test)라고 합니다. Test를 진행하다 보면 케이블이 뒤바뀌어 설치된 것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캐비넷과 Junction Box 등 케이블 연결작업


Tubing

계장팀의 업무 중에서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것 중의 하나가 Tubing 작업입니다. Field Instrument는 공기(Air)를 이용하여 동작하는데, 이때 필요한 공기를 보내기 위해 가느다란(주로 25mm 이하) 관()을 설치하는데 이 관을 Tube라고 하고, 설치하는 일을 Tubing 작업이라고 합니다. Field Instrument는 대부분 Tube를 설치해야 하므로 일이 많습니다.


Tube와 Pipe 모두 관이지만 지름(Diameter)과 관의 두께(Thickness)를 규정하는 기준(Code)이 다른데, 차이점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중앙제어실(CCR, Central Control Room)

 Field Instrument 등 계측 장비 등이 Hardware 라면, 중앙제어실(CCR, Central Control Room)은 플랜트의 두뇌라고 할 수 있습니다. Field Instrument에서 측정한 데이터들은 모두 CCR로 모여 처리되기 때문이며, 이곳에서 운전원(Operator)이 한 눈으로 플랜트를 제어하기 때문입니다. (CCR은 재난 영화 혹은 뉴스에서 발전소를 소개할 때 가끔 볼 수 있는 각종 모니터로 가득한 방이라고 보면 됩니다)


Control System을 운영하는 제어용 프로그램도 설치해야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플랜트 전체를 제어하기 때문에 Logic이 매우 복잡합니다. 그렇다 보니 컨트롤 시스템(Control system)은 대부분 하니웰(Honeywell)이나 요꼬가와(Yokogawa) 등 소수의 해외 전문업체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시공은 물론 시운전까지 이들 엔지니어가 직접 현장에 와서 진행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는 Contrcator의 프로세스와 계장 엔지니어도 함께합니다.


CCR 내부 사진 (소규모 Room)



이처럼 계장은 비교적 작은 물건을 다루는 데다 케이블 연결 작업 이외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이 많다 보니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이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치 하는 일이 별로 없는 팀으로 오해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눈에 띄어야만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오해를 받기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도 신경이 살아있어야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처럼 플랜트 역시 신경이 살아야만 플랜트를 운전할 수 있는데, 이 신경망을 다루는 곳이 계장으로서 매우 중요한 업무를 하는 팀입니다.


계장 업무는 모든 기계 장비와 각종 기기는 물론 배관 시공까지 모두 설치가 완료된 이후에야 마무리할 수 있기에 현장 업무의 마지막 선에 있습니다. 따라서 계장 엔지니어는 현장 시공업무가 마무리될 때까지 끝까지 남아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계장 업무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플랜트 시공업무는 마무리되지 않습니다.


계장에서는 Hardware와 Software를 모두 다루기에 하는 일도 많지만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어느 회사에서든 계장 엔지니어가 매우 귀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다지 대접(?) 받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 또한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현장을 끝까지 지켜내는 계장팀을 응원합니다.





                                           대한민국 플랜트 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자, oksk (박성규)



현장을 경험한 엔지니어와 그렇지 않은 엔지니어의 역량은 많은 차이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엔지니어가 현장을 경험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에 사진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도록 저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조금이나마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큰 기쁨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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