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항사는요
몇 달간의 안전훈련을 받고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일을 하는 우리들의 경우, 자칫 개인의 방심 한순간으로 엄청난 큰 사고를 초래할 수 있기에, 매 브리핑 때마다 항상 안전 관련 공지 숙지, 응급 설비 암기 등을 외운다. 그만큼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안전이 제 우선이고 안전이 보장된 상황에서 손님들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직업이자 소명이다.
내가 외항사 면접을 볼 때도, 회사를 들어와서 일을 하면서도 늘 느꼈지만, 우리 회사는 서비스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했다. 서비스를 더 중시하는 국내와는 확연히 차이가 났는데 예를 들어 , 대한항공 등의 국내 항공사의 경우 기내 안에서 라면을 제공하고 , 면세품을 팔아야 한다. 또한 손님 탑승 시 , 손님 짐을 들어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말 그대로 손님이 왕이다.
반면 , 우리 항공사의 경우 화상방지라는 안전상의 이유로 기내에서 라면과 뜨거운 물을 제공하지 않고 한국 승무원들을 포함한 외국 승무원은 면세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 또한 손님 짐을 의무적으로 들어주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 손님 짐을 들고 낑낑 거리는 날 보고 한 승무원이 말했다.
' 손님이랑 같이해야지 ,
혼자 그렇게 무거운 거 들었다가 너가 다쳐버리면
여기 안전은 누가 책임져? 서비스는 또 어떻게 하려고?'
오..... 역시 외국은.. 외국이다..
(일하는 내입장에선 정말이지 너무 편했다)
첫째 , 3개 국어 능통자라는 자부심
우리 회사는 중국제 3대 항공사이자 , 직원수만 8만 명이 넘는다. 항공기 보유수만 대한항공의 2-3배. 엄청난 대규모의 회사인지라 한국 승무원을 포함해서 일본, 이탈리아 , 프랑스 등의 외국 승무원이 함께 일을 한다. 때문에 외국어 능력은 필수 , 중국 회사이기 때문에 유창한 중국어는 필수라는 것.
면접 때부터 3,4차는 영어 중국어로 이루어졌고 일정 한어 능력 자격시험 급수 이상만이 지원을 할 수 있었다. 입사 후에는 모든 응급훈련과 시험이 영어와 중국어로 이루어지므로 외국항공사의 첫 번째 지원자격은 무조건 외국어!! 지극히 외모와 나이 위주로 선발하는 국내 항공사와는 다르게 능력위주의 회사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둘째 , 월 15일 이상 주어지는 휴식 오프!
우리는 300명 이상의 한국 승무원들이 상해에서 24일 장기 체류하며 국제선을 비행한다. 매달 상해에서의 오프와 한국에서의 8일 오프까지 보통 월평균 15일 이상을 쉬는데, 이것 또한 외국 승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주어지는 혜택 중의 하나라고 보면 된다. 연속으로 8일을 쉴때의 그 행복은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셋째, 일하는 시간 대비 높은 연봉
모든 노동자, 근로자는 일한 만큼 돈을 번다. 본인의 일한 시간만큼 책정하여 받는 돈이 바로 월급이다. 그 외 특정 직업의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대한항공의 월 평균 90-100시간에 비해 우리 회사의 경우 평균 비행시간은 월 60~80! 나의 경우 한 달에 장거리 3번을 다녀와도( 60-70시간 내외) 300 중후반을 받아왔다.
물론 매번 이렇다는 건 아니다. 장거리를 몇 번 다녀오는지 어디 항편인지 나라마다의 체류비도 다르기에 월급은 천차만별이다. 매달 100시간은 정말 정말 힘들다.
넷째, GDP 기준으로 책정되는 높은 기본급
우리의 경우 한국 GDP 지수에 따라 기본급이 책정되는데 비교적 높다. 즉 비행을 한 달 내내 하지 않아도 일을 하지 않아도 나오는 기본급 자체가 높으니 추가로 비행시간 , 체류비 등을 합치면 중국 승무원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
다섯 번째, 자주 나오는 하와이 항편 !
승무원들이 제일 선호하고 좋아하는 여행지 1위는 하와이!비행이 아니고서는 자주 갈 수 없을뿐더러 숙박비도 너무 비싸 보통 신혼여행을 제외하고서라도 그냥 여행으로 한두 번 정도 갈까 말까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나의 경우 여섯 번 정도의 하와이 비행이 떴었고, 경력과 상관없이 자주 떴었다. 국내 항공사였으면 아마 4-5년 차 이상부터 가능하지 않았을까.. 신입이 입사 2년도 채 안되어 연속 하와이비행을 할수 있는것 또한 장점이다.
여섯 번째 , 팀 비행이 아닌 자유로운 근무환경
직장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은 근무시간 내내 계속해서 마주치고 부딪혀야만 하는 직장동료 , 또는 선배와의 관계가 아닐까. 대부분의 마찰과 싸움은 자주 오랜 시간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국내 비행의 경우 자의든 타의든 일단 일 년간의 팀 비행이 고정적으로 주어지는데 우리는 매 항편마다 늘 랜덤의 팀 비행이었다. 오늘 하루 싫었어도 내일 또 만날 일이 없으니 이만큼 좋은 게 어디 있으리..
일곱 번째. 꼰대 문화 없는 중국인 마인드!!
항공사에서는 꼰대문화 즉 시니어리티 가 있다. 보통 여자들이 많은 직업 , 간호사 , 승무원 등의 직업군에 꼭 빠질 수 없는 일종의 관례 관습 같은 거라고나 할까. 단지 선배라는 이름으로 행 할 수 있는 일종의 권력이라고 하면 되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만난 중국인들은 서로에게 비교적 관대했고 평등한 마인드가 더 강했다. 국내와 너무 비교가 됐던 탓일까.. 가끔은 선후배 , 상하관계를 목숨 걸고 따지지 않는 그들의 문화가 부러웠고 , 또 그만큼 편했다.
여덟 번째, 뜨거운 밀 담당 갤리업무는 보통 중국인 담당!
갤리는 말 그대로 밀담당이다. 뜨거운 오븐 안에서 밀을 꺼내어 카트 안에 넣어야 하며 정리. 회수 등을 담당해야 한다. 객실을 담당하는 게 낫지 갤리 담당은 정말이지 힘들다. 국내의 경우 보통 막내 담당인데 우리 회사의 경우 외국인 승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통 중국 승무원들에게 갤리를 준다.
아홉 번째, 국내 대비 간소한 서비스!
중국 항공사에서 서비스를 기대하는 승객이 과연 몇이나 될까? 예전보단 나아졌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국내 항공사의 서비스 정신을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편하지만 우리 비행기를 타는 승객 입장에서는 참 불편할 것 같다. 부족한 게 너무나 많으니 말이다.
열 번째, 동기사랑 나라사랑. 동사 나사!
회사 사람들과 오랜 시간을 타지에서 같이 살면서 일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훈련생부터 일하는 지금까지 마음 맞는 동기들과 같은 호텔에서 지내면서 오프에는 상해 맛집 투어, 마사지, 비행과 여행 등등 둘도 없는 동거 파트너가 된다.
모든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기에 더 값지고 , 이런 경험은 평범하지 않기에 더욱더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준다.
일과 우정 , 사랑 , 모든 분야를 어우르며
타지에서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
그냥 회사 사람이 아닌
또 다른 나의 가족이 생기는 기분!
외로운 타지생활이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난 건 정말 큰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