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을 읽고

by 눈부신 일상



보통은 밀접하게까진 아니더라도 연관 있어 보이는 사연 두 개를 묶어주면 글이 완성도도 있으면서 따분해지지 않죠.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79p-



나에게 변화는 아쉬움과 두려움이다.

작년 봄, 단지 내 이사를 했다. 이사 전, 단지 내에서 벚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는 곳에서 살았다. 거실에 앉아 벚꽃 명소 부럽지 않은 장관을 감상했고, 상가와 지하철이 가까워 너무 편리하게 지냈다. 도보로 5분여 떨어진 다른 동에 새로움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일상에 큰 변화는 없었다. 만개한 벚꽃이 무척 그리웠고, 상가가 멀어져서 조금 불편할 뿐이었다.


이사 후, 곧장 바구니 달린 자전거를 샀다. 자전거 덕분에 상가가 멀어진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전거 타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어느덧, 다시 벚꽃이 피는 계절이 돌아왔다. 따스한 봄바람에 추억 속 벚꽃이 생각나서 물끄러미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세상에, 집 앞 농구장 주변이 온통 벚나무였다! 하얗게 만개한 벚꽃은 환히 보이던 농구장을 반 이상 덮으며 풍성함을 한껏 뽐내고 있다. 파란 하늘, 넓은 한강 그리고 하얀 벚꽃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에 그리운 과거는 쉽게 잊혔다.


'이사'에서 발견한 변화의 새로운 면모를 벚꽃을 뒤따르는 푸르름에서 재회했다. 작년, 아이들 일상 대부분이 코로나로 무너졌다. 다행히 새 학년에는 잃어버린 일상의 많은 조각을 되찾았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담담하게 변화에 적응한 아이들은 오히려 되찾은 일상이 낯설고 힘들다. 깊은 한숨과 무거운 발걸음으로 학교를 다녀오고,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말을 계속하며 변화에 타협한다. 역시 변화는 불편하고 두려울 뿐인가.


봄 햇살이 한 층 강해지는 5월, 막내는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시도한다. 아이는 큰 이불 가방을 끌고 당차게 어린이집을 향하는데, 엄마는 여전히 변화가 어렵다. 엄마 품이 그리워 낮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은 아닌지. 코로나가 여전한데 마스크를 벗고 자는 것이 괜찮은지. 아이가 떠난 빈자리를 걱정과 불안으로 채웠다. 첫날, 아이는 조금 힘겨워했지만 금방 적응해간다. 변화에도 여전히 아이는 따스한 미소를 띠며 긴장한 엄마의 마음을 부드럽게 한다. 제때 낮잠을 자니 아이는 밤에 훨씬 수월하게 잠들었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엄마도 아이가 없는 동안 한숨 돌리며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을 준비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변화를 해결해야 할 과제처럼 느낀다. 숨어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보지 못하고, 불편하고 힘들어 숨기고 회피한다. 기꺼이 변화를 선택하기보다 익숙하고 편한 것만 찾게 된다. 변화를 회피할수록 삶의 원은 점점 작아지고 단조로워진다. 매일 똑같은 길만 다니고, 일상을 바꾸지 않는 사람은 숨 쉬고 있지만, 서서히 죽어가는 삶은 사는 것과 같다. 고인 물이 썩 듯.


“너는 자신이 문의 자물쇠라고 생각하지만 너야말로 그 자물쇠를 여는 열쇠이다.”라는 잘랄루딘 루미의 말을 떠올리며 나에게 묻는다. 나란 열쇠로 어떤 자물쇠를 열어보려고 시도했는가를. 방치되어 녹슨 열쇠가 되지 않았는지를


인생의 끝에서 우리는 시도했지만 실패한 일보다 시도조차 하지 못한 일을 후회한다. 실패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시도의 여정에서 만나는 두 갈래 길 중 하나 일 뿐이다. 성공하다 실패할 수도 있고, 실패가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변화 속에 숨겨진 기회와 가능성을 기억하며 평소 달리 시집을 꺼내보았다.



<사금> -호세 에밀리오 파체코-


십 대 때부터 나는 금을 찾아다녔지.

모든 산골짜기 개울마다

내가 파 헤친 모래는

사막이 되고도 남았다.


하지만 아무 금속도 발견하지 못했어.

기껏 구리 동전 몇 개와

돌멩이, 반짝이는 뼛조각, 잡동사니뿐.


왔던 것처럼 나는 떠날 거야.

그러나 시간을 낭비한 건 아니었어.


비록 내 두 손 사이로 모래는 빠져나갔지만

모래가 내게 준 끝없는 기쁜 일 있었으니

한번 시도해 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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