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지사 새옹지마

<리더는 칭찬을 하지 않는다>를 읽고

by 눈부신 일상


리더의 하루는 늘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로 가득하다. 그럴 대 늘 하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 그래야 위기의 상황에서 적절히 대응하는 경험치가 쌓인다.

-<리더는 칭찬을 하지 않는다> 중에서 -





“어머니, 아이들 수업 전날 레슨을 했던 아이가 방금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연락이 왔어요. 저는 지금 코로나 검사를 받고 왔는데 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이들 좀 잘 챙겨주세요. 저는 특이한 증상은 없는데 아이들 건강은 어떤가요?”


개학을 했지만 여전히 주 2회 등교를 하는 첫째 아이가 세 번째 학교에 간 날이자, 아이들 개학 후 세 번째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남이 만들어주는 커피가 생각이 나서 텅 빈 집을 두고 굳이 집 근처 커피숍에 나왔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즐기며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침범한 전화 속의 선생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차분하고 무거웠다.


“그래요? 아이들은 아무 증상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우선 선생님 결과 나올 때까지 집에서 대기하고 있을게요. 해당 아이는 오늘 양성 판정받았나요?”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더 묻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혼자 수많은 시나리오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테이블에 펼쳐 둔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커피는 차갑게 식어갔다. 둘째는 코로나로 문을 닫았던 축구 교실이 2달 만에 다시 갈 수 있게 되었다고 활짝 웃으며 등교했는데 축구 교실에 갈 수 없는 상황을 전하는 것에 벌써 미안함이 몰려왔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처럼 다양한 감정과 함께 한 하루를 보냈다.


긴 밤이 지나고 아침 내내 핸드폰을 꼭 쥐고 선생님의 전화를 기다린다. 아이들 학교 역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서 전면 온라인 수업을 전환한 상태였고, 등교 가능 여부에 상관없이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에 참석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한창 수업 중인 9시 20분 정도에 선생님의 검사 결과가 첨부된 문자가 도착했다. 아이들이 괜찮아서 너무 다행이라고 격리 기간 끝나고 연락을 하겠다는 짧은 메시지와 함께.


온라인 수업 중인 아이 방문을 살짝 열고 자유의 몸이 된 기쁜 소식을 알렸다. 소파에 누워 뒹굴뒹굴하던 막내도 옷을 입고 머리를 빗고 어린이집에 갈 준비를 했다. 갑자기 요란하게 핸드폰이 울렸다. 어린이집이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어머니, 공지 보셨어요? 방금 재원 아동의 형제가 코로나 확진을 받아서 어린이집 긴급 폐쇄해요. 확진 아이는 재원생은 아니고요. 확진 아이 동생이 막내와 같은 반 친구라서 오늘 중으로 막내도 코로나 검사를 받고 결과를 알려주어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해요.”


어린이집에 가기 위해 양말은 신고 있는 아이 옆에 맥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무슨 일이야!


지난 7월부터 거의 두 달 동안 가정 보육을 했다. 이미 코로나 상황에 적응이 되고 지칠 때로 지쳤기 때문인지 코로나 4단계라 임시 휴원 상태지만 많은 아이가 계속 등원을 했다. 학교가 개학을 하고 막내도 다시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하고 딱 열흘이 지났을 뿐이었다. 출석 일수를 세어가며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자 억울함이 몰려왔다. 힘들게 버틴 시간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 같아서 화가 났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미안했고 앞으로 닥칠 상황이 걱정되고 불안했다. 막내딸은 두려운 마음을 위로해주듯 내 품에 꼭 안겨 나를 안아준다.


온라인 수업을 하는 동안 막내를 데리고 선제 검사소에 다녀오기 위해 서둘러 준비를 했다. 여전히 머릿속은 다양한 생각이 뒤엉킨 채 손만 바쁘다. 근처 체육 시설에서 시작된 감염이라 집 근처 많은 초등학교가 문을 닫았고 아이들 친구 중에도 해당 체육 시설을 이용한 아이가 많았다. 막내 친구 결과가 양성이면 당장 막내는 밀착 접촉자가 되고 우리 가족 모두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나머지 두 아이도 결코 안전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이 되었고 선제 검사를 다 같이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코로나 검사가 아주 아프고 힘들면 최대한 미루고 마냥 기다리겠지만 잠시 불편한 정도니,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도 있을 것 같았다. 지난 6월, 징징거리며 코로나 선제 검사를 받았던 경험이 오늘 상황을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만약 코로나 검사에 대한 두려움까지 더해졌다면 갑작스럽게 닥친 위기의 상황이 감당할 수 없게 힘겨웠을 것이다.


온라인 수업을 마친 아이들과 간단히 간식을 챙겨 먹고 집 근처 선제 검사소로 향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는 어린이집 대신 다 함께 외출하는 것이 마냥 즐거웠고, 머리가 큰 두 아이는 살짝 긴장했지만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였다. 중간 소독 시간이 아직 20여 분 남았지만 이미 진료소 앞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덥고 다리가 아프다는 아이를 업고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아이를 달래며 30여 분을 기다려서 검사했다. 세 아이가 나란히 앉아서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늘로 꼿꼿이 세운다. 검사가 시작되자 주먹을 질끈 쥐고 눈을 살짝 찡그린다. 한 아이의 손만 잡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야속했다.


검사 후, 아이들은 난생처음 경험하는 일에 낯설고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다. 첫째는 말이 없이 멍하니 서 있고 둘째는 양파 냄새를 맡은 것처럼 눈물이 난다고 중얼거리고 막내는 하염없이 울었다. 그 순간에 나는 세 아이의 자세를 다듬고 사진을 찍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이미 코로나 검사를 두 번이나 받았기 때문에 검사할 때의 상황과 검사 후의 느낌이 어떤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분 좋지 않은 불편한 느낌이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사라지며 곧 괜찮아질 것이다. 여전히 훌쩍거리는 막내를 꼭 안아주며 아이들과 코로나 검사에 대한 느낌을 자세히 나누었다. 검사를 받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제는 모든 상황이 한 걸음 멀리에 있는 느낌이다. 아이들도 재미를 더하며 이야기했고 곧 막내도 깔깔 웃으며 품에서 내려와 오빠들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미리 코로나 검사를 경험할 수 있었던 3개월 전의 상황을 꺼내 보며 감사의 마음을 진하게 전했다.


부모도 불완전한 인간일 뿐이다. 아직 스스로를 책임지지 못하는 아이들과 함께하며 더 큰 책임을 갖게 될 뿐이다. 삶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 앞에서 책임감을 앞세워 두렵지만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진정한 리더가 되어야 한다. <리더는 칭찬을 하지 않는다>라는 책에서는 혼돈의 시대에 리더가 가져야 할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실력을 쌓고 신속하게 단호하게 결단할 용기와 책임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중에 마음을 바꾸고 적확하게 결정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편안하고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변화할 용기도 요구한다.


코로나 선제 검사라는 작은 경험이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서 단호하게 결단하고 신속하게 행동할 용기를 주었다. 두려움 앞에서 쪼그라들지 않고 단단하게 평온한 공간을 유지하며 아이들을 품을 수 있었다. 감정은 코로나처럼 전염성이 강한데, 불안한 감정이 아이들에게 전해져 기폭제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안정되고 편안한 마음이 전해져 아이들도 변화를 무던히 수용할 수 있었다. 처음 코로나 검사를 할 때 며칠 동안 마음 졸이며 고민했던 모습과 나보다 더 담담하게 오늘을 보낸 아이들의 모습이 비교되어서 피식 웃음이 난다. 아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칭찬하는 대신 미안하고 걱정되는 엄마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것에 대한 내 마음을 전해야겠다.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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