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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서야

by 달꽃향기 김달희

뙤약볕을 사랑한 죄

걷고 또 걷는 일


땀인지 눈물인지

분간 못 할 액체가

우뚝 솟은 정수리에서

볼을 타고

목을 타고

등줄기를 지나

흥건하게 적셔지는

속옷에 닿을 때까지


한마디 말도 없다

벙어리인 게지 분명


날마다

말 한마디 뱉어내지 않고

품어주기만 하는

너른 들 같은

길에서


더러는

옹알이하듯

옹알옹알

때로는

거칠게 항변하듯

까칠까칠


뱉어내는 입술로

스쳐 지나는 이름자

바람이 재빨리 낚아 챈다


아픔에 뭉개지고

슬픔에 짓눌린

너덜한 심장 품은

벙어리 강변길


이 길 마저

닳고 닳아 없어질

그때서야

햇살에 바래질 것인가


소설 속 주인공 같은

그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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