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땅 이국에서
바람 타고 왔나
물결따라 왔나
지친 발걸음
풀섶에 내려앉아
잠시 눈 붙이고 깬 날
"참 멀리도 왔다"
조심조심
말을 걸어본다
너,
모딜리아니의
여인을 닮은 이름
코스모스여
바람 불면 다칠까
조마조마
여린 몸 손 잡아주고
따가운 여름 햇살
온몸으로 다 맞고
땀 흘리고
마음근육 키우기
수백수천 년
하늘 높고 눈부신 계절
맞이할 때마다
거리거리
길목길목에서
웃어주는 모딜리아니의 여인
조선의 외유내강을 아는지
피곤함도 잊은 채
서 있다
훈련받은 듯
절제된 미소로
가련함에 내민 손
멀리
두고 온 전설
아득한 이야기만 한 보따리
촤르르
풀어 쏟아내고
빗물에 젖었다
그 밤
너에게도 눈물이 있다는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