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떠난 지 삼십 사년 만
강산은 세 번 하고도 조금 더 변했고
논밭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익숙한 자리마다
키 큰 아파트만
물끄러미 날 바라본다
드문 드문 남아 있는
눈에 익은
집 몇 채
반기는 이 아무도 없지만
옛친구네 대문에서
고개 내민 수국만이
반가운 인사를 건낸다
친구는 어디 사는지
무엇을 하는지
물어 볼 이도 없다
쓸쓸함만 잔뜩 묻은
발길
닿는 곳 마다
아련함이 묻어난다
가랑비 조심히 내리는 마을길
젖는 옷 보다
젖는 마음이
더 애잔하고 무거운 날
고향 찾고 둥지 찾은
빛바랜 가슴 위로
빗물에 번지고
눈물에 젖은
동심의 무지개가 떠 오른다
꽃 속에 웃음이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