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나요

by 달꽃향기 김달희

오늘도 정오의 산책을 즐겼어요

선호하는 산책로에는 인적이 드물고

키 큰 잡초들의 거세가

땅을 가로질러 반란하듯 누워 있네요


산 입구 길목에 흐드러졌던 꽃들

이별이 진행된 흔적만 자욱하고

바람도 숨을 죽이고 있어요


빠알간 열정이

주렁주렁 달린 듯한

보리수 나무

더욱 촘촘하고 빽빽하게

열매를 맺었어요


바람이 스치는 순간마다

밤꽃향기 흐드러진 체

산 속을 헤매고 있네요

오늘따라

부쩍

그리움의 키가 커져버리는 느낌이예요


멀리

서 있는 그대

불러봐도 대답 없고

소리쳐도 소용없는

햇살 따가운 정오의 산책길


지천으로 녹음만 짙어가고 있어요

그대 눈동자처럼 깊어가고 있어요


보고싶은 그대여.


매거진의 이전글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