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준우야.
네가 건넨 청첩장을 보며 든 생각을 편지로 적어 이렇게 보낸다.
네가 학업을 위해 멀리 루마니아까지 유학을 떠난 지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 먼저, 새로운 환경과 낯선 도시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상에 참 잘 적응해서 기쁘다. 가끔씩 묻는 안부에 늘 같은 대답이지만, 워낙 표현에 서툰 너를 알기 때문에 잘 지내고 있다고 으레 짐작하곤 했어. 그런 네가 어느새 학업을 마치고, 그곳에서 만난 미소가 아름다운 너의 신부와 결혼식을 올린다고 소식을 전하니 너무도 기뻤어.
빈 손으로 유학길에 올라 돈을 아껴가며 유학생활을 하고, 여러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답답하게 진행되어 크고 작은 일도 많았었지. 그 모든 시간을 잘 견뎌준 네게 정말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한국에서 네가 이뤄놓은 수많은 것들을 뒤로하고, 그곳에서 만난 너의 신부와 함께 가정을 꾸린다는 결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란 것도 잘 알고 있어. 용기 있는 너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할 걸 알고 있음에도 누구보다 먼저 내게 소식을 전해준 너의 마음이 고맙고, 나는 그런 네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어. 다만 얼마라도 네가 새 가정을 꾸리는 데에 보탬이 될 수 있게 보낼까, 시국이 나아진다는 가정 하에 직접 네 결혼식에 참석하여 네 생에 가장 의미 있는 날에 네 곁에 함께 있어주는 것은 어떨까. 부모님께서도 아마 결혼식에 오시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말하는 너의 목소리가 유난히 귓가에 맴돌아 계속 마음에 걸렸어. 그래서 네 부모님의 비행기 티켓을 끊어드리는 게 더 나을까 생각도 해보고 있어.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이 나오지 않아, 네게 쉽사리 말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말한 것들 중 하나는 꼭 하려고 해.
너는 내게 가장 소중한 동생이자, 후배이자, 친구라는 걸 꼭 말하고 싶었어. 처음 우리가 부쿠레슈티의 북역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만났던 날을 기억하니?
당시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치고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대학교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 스페인에서 루마니아로 갔고, 너는 한국에서 루마니아로 왔었지. 안 그래도 길치였던 내가 이리저리 길을 헤매다 약속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더 지난 후에야 우리가 만났지. 그 날부터 같은 호텔에서 지내며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놀기도 하며 참 많은 추억을 쌓았지. 그 경험이 좋아 그 이후로도 여행도 가고, 현지 인턴십도 지원했으니 말야.
그리고는 한국에 돌아와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얻어 함께 살면서 매일 밤 문 앞에서 세상에서 가장 쓸 데 없는 이야기들을, 때론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아픈 이야기들로 두세 시간을 떠들었던 시간들이 이제는 진한 추억이 되어 아련하고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그 시간들이 그렇게 소중한 시간들이 될 줄은 당시에는 상상도 못 했지만 말이야.
누구보다 정이 많으면서 그걸 꾸역꾸역 숨기며 내색하지 않는 네가 마음을 열고 다가와 준 것이 기쁘고, 그만큼 나도 네게 내가 가진 많은 걸 내어줄 수 있을 만큼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 이미 알고 있겠지만.
좋은 마음으로 결혼을 선택했지만, 동시에 괜한 걱정과 불안함도 함께 느낀다는 너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네가 그런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때때로 우리는 걱정과 불안을 실재하는 것보다 더 크게 느끼곤 하니까.
어느덧 시간이 흘러, 우리 삶에 하나 둘 큰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었으니 그 변화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 그래서 네가 무뚝뚝한 말과 함께 청첩장을 전해주는 순간이 조금은 짜릿했어.
누구보다 기쁜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지만, 너라면 내가 전하는 이 몇 줄의 편지글에 충분히 그 마음이 전달될 수 있음을 알기에 이렇게 글로 내 마음을 전한다.
소중한 동생아,
소중한 후배야,
소중한 친구야,
새롭게 시작될 네 인생의 한 챕터의 문을 연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언제가 되었건, 무슨 일이건 나는 네게 손을 내밀어 줄 테니 아무 걱정 말고, 어떻게 살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만을 생각하길 바란다.
Casă de piatră
더할 나위 없이 기쁜 마음으로
정훈이 형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