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아름다운 엔틱 장식으로 꾸며진 카페가 있다.
동네 카페 치고는 웬만한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넓은데, 테이블에 앉아있는 손님은 늘 다섯 명을 넘지 않는다.
작년 9월, 이 동네로 이사를 왔을 때 우연하게 이 카페를 발견한 후로 자주 방문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조정되었을 때 한동안 카페에 가지 못했던 것을 빼면 주에 세네 번은 갈 정도다. 그로 인해 카페 사장님과도 꽤 친분이 생겨 요 며칠 서울에 볼 일이 있어 다녀왔는데 그 사이 어디 이사 간 줄 알았다며 농담을 건네실 정도다.
카페에서 내가 주문하는 건 늘 똑같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호두파이 한 조각.
그런데 오늘은 호두파이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치즈케이크를 주문하며 지나가듯 한 마디를 내뱉었다.
오늘은 호두파이가 없네요.
사장님은 "오늘 호두파이가 빨리 다 나갔네요! 하하" 하시며 계산을 하셨다.
그때 잠시 전화가 걸려와 밖으로 나가 통화를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테이블 위에 내가 주문한 것 이외에 한 가지가 더 놓여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치즈케이크 한 조각 그리고 따뜻함 한 봉지.
내가 주문하지 않은 견과류 한 봉지가 치즈 케이크 옆에 놓여있었다.
사장님의 따뜻한 배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작업을 마치고, 카페를 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카페 사장님은 내가 뱉은 한 마디가 마음에 걸리셨나 보다.
내가 무심코 건네는 한 마디가 때론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
알고 있었지만, 그 순간 방심했다.
감사함만을 느끼면 안 되는 거였다.
감사함은 표현하되 미안한 마음도 함께 들었어야 했다.
누군가는 이런 사소한 걸로 뭘 미안함까지..?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람이다. 이런 사소한 것도 미안함을 느껴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오늘 하루도 또 하나 배우고 간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
말 한마디로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
사장님의 따뜻한 배려에 감사함을 느끼는 동시에 무심코 뱉은 한마디를 반성하게 되는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