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계절의 바뀜을 알아차린 어느 날 쓴 시
#1
봄
밤이 사라졌다
고독의 얼굴로
시인을 괴롭히던
긴긴밤이 사라졌다
고통의 얼굴과
부재의 흔적도
긴긴밤과 함께 사라졌다
채찍을 내려놓은 바람이
살며시 어루만지는 얼굴
겨우내 언 땅은
온데간데없고
흙과 풀 내음으로 덮였다
앙상한 뼈를 드러낸 채
자리를 지키고 있던
무명의 존재에게
불러줄 이름이 생겼다
발걸음을 재촉하던 이들이
이제는,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든다
아득하게 눈부신 계절이다
#2
켜켜이 쌓인 노트를 정리하다 우연히, 몇 해 전 계절의 바뀜을 알아차린 어느 날 쓴 시를 마주했다.
이렇게나마 죽어가는 시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