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훈
고요한 물 위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물방울들의 아주 사소한 충돌,
그 모든 부딪침 하나하나에도
있는 힘껏 반응하는 물의 표면
온 세상을 있는 그대로 비추던
물은 빗방울과 만나 한 없이 흔들린다.
이내 비가 그치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흔들리던 물은 그 물방울들을 품은 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온 세상을 있는 그대로 비춘다.
누군가 돌을 던진다.
고요하던 물의 표면은 일 순간에 일그러진다.
물의 온 세상이 흔들린다.
동시에 물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듯
돌에게 그의 자리를 내어준다.
물결이 잠잠해지는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크게 일렁이던 물은 그 돌을 품은 채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온 세상을 있는 그대로 비추기 시작한다.
깊고 고요한 물을 바라보다 문득,
내 마음이 물과 같기를 바라본다.
아주 사소한 부딪침에도
온 세상 흔들리는 고통에도
흔들리다 흔들리다 이내 그 모두를 품을 수 있는,
내 마음이 그런 물과 같기를 바라본다.